자주냐 동맹이냐. 2002년 말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의 열기가 진정된 이후 한국 외교안보의 진로를 놓고 우리 앞에 던져진 화두다. 이러한 과제를 11명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수준 높게 재구성하고 자주와 동맹을 변증법적 관계로 자리매김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본 서적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자주와 동맹을 개념적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자주국방론의 한국적 현실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협력적 자주국방의 실현을 위해선 해외무기 도입 위주의 패턴을 탈피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 방위산업 분야를 특화해서 지원하고 틈새시장 공략 전략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정치적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자주외교론’과 ‘동맹외교론’을 비교하고 있다. 동맹지상주의도 문제지만, ‘주체’를 외치다가 국민의 식량 공급도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체제야말로 자주외교의 극단적인 실패 사례라고 지적한다.
2부는 애증(愛憎)의 변주곡이라 할 수 있는 한·미 관계 60년을 다루고 있다. 1945년 이후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주한미군 정책의 부침 과정, 그리고 한·미 통상 갈등의 양태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리고 한국 시민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등장한 반미 자주 운동의 개념과 유형을 제시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어떤 유형의 반미운동이 건전한 한·미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된 시민운동단체들이 자주와 동맹을 모순 관계로 파악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3부는 미국의 새로운 동맹전략을 제시하고 독일과 일본의 대미 동맹정책을 다루고 있다. 미국을 통일에 활용한 독일, '보통국가화'를 위해 미·일 동맹을 이용하는 일본의 사례 분석은 무척 흥미롭다. 독일은 안보적으로는 동맹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으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위상을 제고함은 물론 미국을 활용하여 프랑스와 소련의 통일독일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동맹과 자주의 내재적 갈등을 극복한 사례로 제시되었다.
현재 미국은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군사안보 패러다임에 따라 '군사적 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추진 중이며, 테러와 대량살상 무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고 첨단화 및 경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미국의 군사전략에 협력할 것인지, 불참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의 길을 갈 것인지의 선택지가 있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국가전략이 무엇인지에 따라 선택지가 결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한국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는 "한·미 동맹을 대체하는 자주국방이 아닌, 한·미 동맹과 병행하면서 한국의 자율권을 향상시키는 의미에서 자주국방의 길을 추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곧 현실을 외면한 홀로서기는 매우 위험하며, 경제력·군사력·연성권력(soft power) 등을 종합적으로 갖춰 자주를 위한 기본 바탕을 다져야 하고, 주어진 환경과 능력에 맞게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대한제국은 국내 개혁의 실패, 부국강병 정책의 좌절, 허약한 리더십, 제국주의적 국제질서 등 국내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자주외교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국력의 바탕 없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중립외교의 결과는 국권상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상기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주와 동맹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자주와 동맹을 넘어서는 세련된 외교가 필요하다. 이러한 주장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