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데뷔 앨범을 낸 록밴드 '고스트윈드'. 기타·드럼·바이올린·베이스가 만들어낸 웅장한 음(音)의 장벽 사이로 '충격'적인 보컬이 곁들여진다. 전통 판소리다.
"록의 힘 있는 소리 사이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성량을 가진 게 바로 판소리죠. 록이나 판소리 모두 진실한 마음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통합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1학년 재학 중인 오혜원(여·20)씨.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아버지·언니와 재미삼아 동네에서 판소리 강좌를 듣다가 전북 도립국악원에서 본격 수련을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첫 상을 받으며 '국악 신동' 소리를 들은 그는 남원 흥보제, 여수 진남제, 국악제전 등에서 판소리 부문 1등상을 휩쓸었다. 동아 국악 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1위),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차하(3위) 등 수상 기록을 더한 뒤, 아예 국악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그가 갑자기 록음악에 투신한 것은 "대학 입학 후 꿈꿔 왔던 '판소리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외국 사람은 아무리 배우려 해도 잘 안 될 거예요. 판소리는 사람의 몸을 통해서 나오는 거라서 우리만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거죠.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소리 한 자락에 울고 웃고 좋아하고 그랬을 텐데…, 요즘 상황이란 참 안타깝죠."
고교 시절 은사를 통해 '고스트윈드' 리더 류근상(드럼)씨를 만난 뒤 '외도'를 결정한 그는 1년여간 학업·공연·앨범녹음을 병행하느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요즘 마음은 두둥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 반응이 걱정된다"면서도 "음악은 항상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기 때문에 제 선택을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스트윈드'는 국악과 록을 접목시킨 새로운 음악으로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오혜원씨 외에 국립국악관현악단원인 박재호(35)씨가 저대(대금을 개량한 북한악기) 연주를 통해 토속적 분위기를 불어넣고 유럽 유학파인 유정미(여·27)씨가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풍성한 음색을 곁들인다.
첫곡 '오버추어 프롬 진도(Overture from Jindo)'부터 마지막 곡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까지 꽉 찬 소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느낄 수 있는 건, 20여년 음악생활을 한 드러머 류근상(35)씨와 기타리스트 김병찬(35)씨의 공. 앨범의 전체적인 톤은 '파라다이스 로스트(Paradise lost)' 등 유럽 스타일의 고딕메탈(Gothic Metal)을 연상시키지만, 사상 초유의 판소리 보컬 채택이 환한 빛을 더한다.
독일, 캐나다 등에서 록밴드를 했던 류근상씨는 "우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음악을 하고 있다"며 "숲의 나무가 아니라 산 전체를 보는 심정으로 우리 음악을 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호씨는 "한국적 소리의 매력은 약간의 보편화 과정만 거치면 충분히 세계인들도 공감할 수 있다"며 "우리가 그런 실험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했다.
'고스트윈드'는 앞으로 홍대 앞 등 라이브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며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유럽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