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금제도의 뼈대를 형성해온 ‘연공(年功) 임금’(근속연수에 비례해 봉급을 많이 지급하는 제도)이 위기에 직면했다.
인구 고령화로 근로자 평균 연령이 높아져 월급을 많이 받는 직원은 급증하는 데 비해,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은 젊은 세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35~54세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1.73배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생산성은 1.05배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특히 55세 이상 중고령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34세 이하 근로자의 3.04배에 달하지만, 생산성은 이들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황수경 연구위원은 “연공임금제가 젊을 때 제대로 못 받은 임금을 나중에 보충하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재는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너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공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에 인력구조 고령화는 곧바로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속속 고령자의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한편 연봉제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연봉제 도입 기업 비율은 지난 2000년 23%에서 작년에는 41.9%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03년 5500명을 명퇴시킨 KT는 이후 과장급 이상에 대해 실질적인 연봉제를 채택했다. 이전에는 호봉급을 상당히 반영한 연봉제였지만, 대규모 명퇴 이후 완전 성과급으로 바꿨다.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 도입 기업도 올 들어 산업·수출입·우리은행과 문화방송 등 4개사가 추가돼 10개로 늘었다. 올해 은행권이 임단협 사항으로 임금피크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