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오랜 기간의 논란을 거쳐 마침내 16일 발효된다. 그렇게나 소란스러웠던 이 조약은 불행히도 수년간 계속된 정치적 궤변에 의한 물타기로 이미 상당 부분 희석된 상태다. 따라서 악화되고 있는 지구의 기후조건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001년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IPCC)가 지구온난화에 관해 무시무시한 전망을 발표했을 때를 떠올려 보라. 당시 연구진은 산업개발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방출량 증가로 인해 21세기에만 지구의 기온이 화씨 2.5~10.5도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보다 최근 연구들은 지구의 기온이 예상보다 더 빨리 상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의 규모에 비추어 우리의 대응이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신호다.
개별적인 증거들도 과학적인 예측을 계속 앞지르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이전보다 더 혹독한 날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카리브해 허리케인의 강도(强度) 증가, 해수면 상승과 저지대 국가들의 홍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서 페루 안데스산맥에 이르는 산봉우리 얼음들의 해빙, 북극 거대 빙상(氷床)의 붕괴, 산호초의 소멸 등은 하나같이 불길한 경고 신호들이다.
하지만 인류는 눈앞에 닥친 대재앙의 심각성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이에 맞서 지구 대기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창의력과 자원을 동원, 신속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데도 완전히 무능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인들은 작년 12월 인도양 연안국들에 닥친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런 유의 재앙은 지구온난화와는 무관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가 급변하면서 앞으로 80년 내에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실상을 알고 보면, 이 조약은 당면한 위기의 정도와 규모에 비해 딱할 정도로 허약한 대책이다. 러시아는 조약을 개정한 후에야 서명했고, 지구온난화에 대해 단일국으로는 세계 최대 원인제공자인 미국은 서명조차 완강히 거부해 왔다.
조약을 가장 열렬히 옹호해온 유럽연합(EU)조차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수소를 활용한 재생가능한 에너지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서 당초 목표치에 미달함을 인정했다.
과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지구온난화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문제에 대한 인식도 별로 없이 일상적인 업무를 계속한다.
혹자는 우리 손자 세대쯤 가서 인류 문명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나노(10억분의 1)초 단위로 바삐 돌아간다. 더욱이 과거의 약속이나 미래의 책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것은 놀라울 게 없다.
유감스럽게도, 지구온난화는 아마도 인류가 성취한 단일 '업적'으로는 최대의 것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지난 수백년간에 걸쳐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진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지구의 화학체계에 영향을 주었다.
관건은 인류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만 눈앞에 닥친 미증유의 도전에 눈을 뜨고 우리와 지구의 운명이 경각(頃刻)에 처했음을 분명히 깨닫게 되느냐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