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장래를 알고 싶으면 알리 알 시스타니를 주목하라.'
지난달 30일 제헌의회 총선에서 시아파 최고성직자(그랜드 아야톨라)인 알 시스타니(75)가 '수렴청정'하는 통합이라크연맹(UIA)이 과반에 육박하는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그는 이라크 정치를 막후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 실력자로 부상했다.
알 시스타니는 이라크 인구의 60%인 시아파의 절대적 추앙을 받는 정신적 지도자다. 하지만, 내달초쯤 제헌의회가 선출할 예정인 이라크 과도정부의 총리는 어느 누구도 그의 낙점이 없으면 결코 될 수가 없다.
◆막후 최고 발언권자
알 시스타니는 온건한 성향이나, 친미파는 아니다. 이라크 남부 나자프의 자택에 은거하며, 현안에 대해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한 마디 입을 열면, 어길 수 없는 지침이 된다.
2003년 5월 종전 이후 시아파에 대한 수니파의 테러가 이어지자, 그는 "보복하지 말라"는 지침을 여러 차례 내렸다. 지난해 4~5월에는 반미 무장 공기를 주도한 과격 시아파 성직자 알 사드르와 미군의 휴전을 중재했다.
그는 "선거로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실하다. 이번 제헌의회 선거도 사실상 알 시스타니 때문에 성사된 것이다. 미국은 당초 친미 인사가 다수 포함된 임시 정부가 주도해 헌법 초안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선(先)총선·후(後)제헌'이라는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은 결국 그의 뜻을따라야 했다. 이러한 위상 때문에 앞으로 제헌의회가 만들 헌법도 알 시스타니의 구상대로 골격이 잡힐 것이 확실시된다.
◆신정 국가는 원치 않아
그는 1930년 이란에서 시아파 성직자 집안의 아홉째로 태어나 22년간 이란에 살며 교육받았다. 그는 아랍어를 쓰지만, 아직도 이란어(페르시아어) 말투가 남아 있을 정도이다.
미국이 UIA가 집권한 이라크가 핵개발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에 밀착하거나, 아예 이란식 신정(神政)국가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이같은 알 시스타니 성향과 영향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 시스타니의 측근들은 "그는 이라크를 이란식 신정 국가로 만들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라크는 모든 정파와 민족이 하나로 통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쿠르드족의 독립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