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한국광고주협회는 다소 이례적인 건의문을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에 제출했다. ‘방송광고 활성화 관련 건의문’이라는 이 문서에는 중간광고 조기 도입을 비롯한 방송광고 시간 규제완화 간접광고 활성화 등 굵직한 제안들이 담겨있었다. 협회는 “역대 문화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의 약속이 여러 차례 반복됐지만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기를 촉구한다”고도 말했다.
올해 들어 광고주협회와 정부는 두달간 숨쉴 틈 없이 방송광고 관련 정책들을 쏟아냈다. 명분은 ‘규제 개혁’과 ‘광고주의 권리 강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광고인 신년 교례회’에서 “TV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광고나 광고총량제의 도입 여부를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달 뒤인 지난 2일에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올 3분기쯤 방송사·소비자단체·전문가의견을 수렴해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상광고는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에서 경기 현장에 없는 광고 영상을 컴퓨터 처리로 경기 장면에 덧씌워 내보내는 것이고, 간접 광고는 드라마 등에서 특정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시청자들은 “이미 TV 광고가 많고 드라마의 간접 광고가 극심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시청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방송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실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1.7%가 “프로그램에 협찬 업체와 제품이 들어가있어 짜증난다”, 58.1%가 “TV가 특정 업체에 광고 효과를 주는 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토막 광고, 캠페인 광고, 시보(時報) 광고까지 합치면 지금도 방송법 시행령상 제한선인 전체 방송광고 시간의 10%를 사실상 넘어서게 된다. 김태현 경실련 미디어팀장은 “간접 광고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크게 침해하고 공정거래와 정상적인 방송광고 질서를 해쳐 방송의 공신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접광고와 중간광고 추진은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 하락과도 관련이 깊다. 한국방송광고공사(LOBACO)에 따르면, 지난해 KBS 2TV의 광고 수익은 2003년에 비해 7%, MBC TV는 4%, SBS TV는 7%씩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지금도 지상파 방송은 전체 방송광고 시장의 85.7%를 차지하고 있어, 간접광고·가상광고가 도입될 경우 광고 시장의 독과점을 부추기고 매체간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비판도 설득력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