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학로 부근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겪은 일이다. 옆 자리에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분이 종이 한 장을 펴 놓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한참을 쳐다보던 그 분은 “안경이 없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종이에 적힌 여러 곳의 전화번호를 불러달라고 네게 요청했다.
고용안정센터에서 가지고 온 그 서류에는 구인 중인 여러 회사들의 전화번호와 구인절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문제는 시력이 좋은 내가 보아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였다는 것이다. 중장년층도 관심이 많은 구인란이라면 조금 더 큰 글씨로 작성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요즘 청년실업 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장년 또는 노인실업 문제이다. 청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취업에 다양한 정보를 얻고 활용하고 있으나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대부분의 노년층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치 않아, 구직에 나선 노인들은 각 지역의 고용안정센터에 의지하고 있다. 구직자들의 불편한 구석까지 어루만지는 ‘따뜻한 행정’이 아쉽다.
(박선영·회사원·서울 성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