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의 아나운서가 10일 핵무기 보유 사실과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이라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형태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성명 발표로 북핵 문제는 미국의 검토 결과에 따라 평화적 해결이라는 틀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게 됐다.

◆‘핵 보유’ 공식화인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003년 리근 외무성 부국장이 미국·중국과의 3자회담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비공개 협상장에서 내부적으로 한 이야기였다. 그 뒤에도 북한은 6자회담 석상이나 미국 의원들을 만난 자리 등에서는 “우리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이는 모두 비공개 협상장에서 했거나, 제3자를 통한 형식이어서 우리 정부는 ‘협상용’으로 해석했다. 북한은 이 밖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핵무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거나 정부의 ‘공식 성명’ 형태는 피해왔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번 성명에 대해 “발표의 격(格)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등 우방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대응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이번 ‘핵 선언’이 과거와 특별히 다르다고는 보지 않는다. 정부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근본적으로 과거 발표와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관련국들이 믿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다만 “우리는 다음에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대화 위주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미국내 네오콘들의 입장을 부시 행정부가 수용할 경우 북핵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어가는 등 강경 대응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핵 보유 선언도 북한식?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공개 선언하는 것은 지금까지 다른 핵 보유국들이 취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에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나 파키스탄은 전격적으로 핵 실험을 하고 난 뒤 ‘핵 보유’를 공식화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선언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때문에 한국 정부관계자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협상용’이라고 보고 있다. 무기를 갖기 위해서는 비밀 작업과 수차례의 실험이 필요한데 이를 드러내 놓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엄포용’이며 여기에 동요하는 것은 북한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 북한,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1~2차례 더 강도높은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핵물질 수출을 인정하거나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등 초강수를 둘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한 연구원도 개인적 견해라며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미의 북핵 정책의 근간이 바뀔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이 되면, 아시아에서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고, 이 경우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 쪽으로 정책의 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