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호주를 방문한 영국 찰스 왕세자에게 출발 신호용 피스톨을 쏘았던 한국계 학생이 어엿한 변호사가 됐다고 호주 헤럴드 선지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찰스 왕세자가 이달말 다시 호주를 방문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11년전 시드니 달링 하버에서 찰스 왕세자에게 출발 신호용 피스톨 두 발을 쏘았던 인류학도 데이비드 강(34)을 추적해보았다며 지금은 그가 뉴사우스 웨일스주 변호사 자격을 얻어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씨는 “11년 전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그동안 내 생활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은 시드니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11년전 호주를 방문중인 찰스 왕세자가 달링 하버에서 열린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상 시상식장에서 수상자들에게 상을 주려는 순간 출발 신호용 피스톨로 공포탄 두 발을 쏘며 연단으로 뛰어들다 찰스 왕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식장에 있던 존 파히 뉴사우스 웨일스 주지사와 그 해 ‘올해의 호주인’으로 뽑힌 수상자 이언키어난에 의해 바닥에 넘어뜨려졌고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은 ‘왕족 암살 기도자’라는 제목이 붙어 순식간에 전세계로 타전됐다.

당시 현장에서 강씨를 넘어뜨렸던 파히 전 주지사는 “그가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쁘다.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건 1년 뒤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영국 왕실 경호원들에게 총을 맞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피스톨을 꺼내 누구를 겨냥하지는 않고 공중으로 두발을 쏘고 연단으로 뛰어들다 넘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 그는 법정에서 캄보디아 보트 피플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며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유죄가 인정돼 500시간 지역 사회 봉사활동 명령을 받았다.

그 후 강씨는 법학을 공부했으며 지난해 8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지금은 형법과 의료법을 전공하고 있다. 강씨는 “확실히 11년전 일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공군에서 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강씨의 아버지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며칠 동안 울었으나 지금은 아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기쁘다고 말했다. 강씨는 아직 미혼으로 시드니 헌터스 힐에 있는 집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테니스·축구·수영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올해 56세의 찰스 왕세자는 이달 28일부터 내달 5일까지 호주를 방문해 퍼스, 앨리스 스프링스, 멜번, 시드니, 캔버라 등지를 돌아보며 주로 환경 문제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

(오클랜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