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6·25전쟁 등 모두 세 차례 한반도로 군대를 파견하였다. 이 책은 이러한 파병들에서 현실적인 이데올로기의 공유, 동일한 국제질서의 일원이라는 관계, 지정학적 이해의 고려가 공통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중 6·25전쟁의 파병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보다 훨씬 복잡한 국제환경 속에서 이루어졌고, 그 원인 또한 매우 복합적이었다. 하지만 한·중 관계사라는 긴 흐름에서 그것은 이전의 역사와 완전히 유리될 수 없는, ‘역사의 재현(再現)’이라는 측면 또한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주장을 도출할 수 있다.
한·중 관계의 특징과 역사적 경험을 종적·횡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중국의 6·25전쟁 참전 배경과 경과를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중국·대만·북한·한국, 4자의 역동적 상호 관계를 각국의 다양한 사료 분석을 통해 서술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참신하다. 저자는 중국 길림성 출신의 조선족으로 연변대를 졸업하고 북경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북경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은 먼저 역사적 배경 설명으로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적 관계를 개괄한다.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체제 속에서 다른 민족들은 융합되어 소수 민족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독립을 유지했다. 1940년대에 이르러 좌익의 동북항일연군-조선독립동맹과 우익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세력이 각각 중국 공산당·국민당 양당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전후 '양국 4자 관계'의 기반을 이루게 됨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분열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상호 작용함으로써 한반도 분단 구조가 굳어지게 되는 과정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미·소의 한반도 분할 점령이 한반도 분열의 외적 요인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않지만 독립운동 시기에 이미 형성된 두 진영의 분열이 분단의 주요한 내적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평자는 좌·우 분열은 외적 규정력을 강화시킨 배경에 불과했고, 만약 외적 요인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책은 또한 이승만 정권의 출범은 장개석 정부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적고 있다. 장개석의 국민당이 중국 공산당의 대만 수복을 저지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한 간의 긴장을 조장하고 충돌을 사주하려 했다는 사실도 대만측 사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장개석의 사주는 6·25전쟁 발발의 간접적 배경이며 기원일 뿐이다. 맥아더-이승만-장개석 3자가 충돌을 부추겼다는 가설은 북침설과 연관되며 시대착오적인 가설이다. 저자는 대만이라는 요인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화 이후를 다룬 부분에서 이 책은 중국 혁명의 승리로 동북아시아는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었으며, 중국에서의 미·소 간 대립은 한반도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6·25전쟁 발발과 중국의 참전을 언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6·25전쟁은 북한-중공 대 대한민국-대만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분석을 바탕으로 만약 미국이 다시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16세기 임란 때의 ‘항왜원조(抗倭援朝)’, 6·25전쟁 때의 ‘항미원조(抗美援朝)’와 같이 형제국 조선을 구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평자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칠 의사가 있다면 미리 중국의 불개입을 얻어내기 위해 외교 교섭을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핵에 대해 미국과 같이 우려하지만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패권 아래 넘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중국에게 북한은 해양세력인 미국과의 대결을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국이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려 할 것이고, 미국이 중국의 개입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