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만큼 상영작의 목록도 길다. 길게 잡아 늘리면 아흐레나 쉰다는 이번 연휴에 영화 한 편 안 보고 넘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수준급에 올라선 한국 영화의 기세에 눌려, 개봉하는 외화 편수가 많지 않지만, 취향대로 골라보기엔 손색이 없다.
■감동적 영화
역시 ‘말아톤’이 제격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초원이가 42.195㎞를 3시간 내에 완주하는 ‘서브 쓰리’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을 과장도 없이, 눈물도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흔히 이런 영화에서 어머니란 헌신적인 존재. 하지만 정윤철 감독은 다그치는 어머니 스스로에게 “누굴 위한 마라톤인가” 질문하게 함으로써,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의 깊은 속내까지 감싸안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영화는 감상주의에 흐르지 않으며, 가슴 한 편에 묵직한 감동의 자리를 마련한다.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씨의 사연을 배우 조승우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표현해냈다. 초원이와 함께 달리는 마라톤, 목도 마르고 힘도 들지만, 다 보고 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논쟁적 영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의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이 일부 받아들여져 영상도, 소리도 없는 ‘블랙화면’이 3분50초간 상영되는 ‘그때 그 사람들’이다. 박정희 시해일의 하루를 담은 이 영화는 대통령을 시해하는 김 부장(백윤식)과 그의 부하인 주 과장(한석규)의 하루를 통해 그날 궁정동 안가의 하루를 재구성한다. ‘특정인 비하’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임상수 감독은 광포한 역사 속에 놓였던 모든 이들이 다 바보였다고, ‘쿨’하게 발언한다. 역사에 대한 이런 발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과 동의하는 사람이 첨예하게 갈라설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건 정치적 입장을 떠나, 영화적으로도 논쟁적이라는 뜻. 배우들의 연기 중에선 단연 한석규의 연기가 돋보인다.
■후련한 영화
아마도 ‘정의의 찜질방’이라면 단연, ‘공공의 적 2’가 될 듯하다. 강우석 감독은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는 사학재단이사장 한상우(정준호)와 부자를 위해서라도 이런 부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강철중 검사(설경구)를 정면대결시키며 ‘정의사회구현’에 나선다. 단순하다는 건 강우석 영화의 맹점이자, 가장 큰 셀링 포인트다. 1편 ‘공공의 적’보다 잔 재미가 덜해졌으나, 뚜렷한 ‘적’을 세우고 돌진해 나가는 힘을 더한다. 때문에 형제애로 뭉친 검찰 같은 다소 유치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제공하는 카타르시스는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