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대하는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크게 봐서 두 갈래다. 노사모는 두려우면서도 가까워지고 싶은 존재다.
우선 노사모는 여당에서도 '공포의 대상'이다. 바깥에서 볼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노사모를 청와대·여당의 외곽조직쯤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느끼는 노사모 공포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노사모의 출발은 '노무현 대통령 팬 클럽'이었다. 팬 클럽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맹목성이다. 일단 누군가를 좋아하게 돼 그 안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왜 좋아하는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이 같은 성향이 밖으로 표출되면 배타적인 공격성을 띨 수밖에 없다. 노사모는 이미 언론과 한나라당 등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공격 성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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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이 노사모를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미 여당 의원 중에는 사석에서 '노사모에게 당했던 일'을 고백하는 사람이 꽤 있다. 조선일보에 이름이 나왔다고 해서, 노 대통령과 '코드'가 다른 듯한 정치적 입장을 취했다고 해서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여당 의원들은 늘 친노(親盧) 단체나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게 몸에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노사모는 현 정권 탄생의 개국 공신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노사모와 여기서 파생된 친노 조직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당 사람들은 노사모를 두려워하면서도, 노사모에게 접근하기 위해 애를 쓴다. 먼저 '노사모 배우기'다. 노사모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팬 클럽을 만들려고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노무현 신화'의 발원지라고 생각되는 인터넷 여론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이런 현상 가운데 하나다. '노사모 따라하기' 현상이 여당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박사모'가 이미 활동 중이다.
아예 노사모를 자기 세력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여당의 당권을 노리거나,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에선 노사모와의 '전략적 연대'라는 말이 나온다. 노사모 역시 이런 흐름과 결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노사모도 '노 대통령 이후'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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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사모에 대한 여당의 태도는 '노사모 눈치보기'라는 말로 요약된다. 올해 초 노사모의 핵심 멤버였던 인사들이 모여 '국민참여 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이 내건 모토는 '열린우리당 당권을 장악하자'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공연장의 관객석에 있던 팬 클럽 회원들이 무대를 내놓으라고 달려든 양상이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미덥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밖에서 뭐라고 하든 노사모나 그 핵심 멤버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현실 정치로부터 한발 떨어진 듯한, 형식상의 경계를 유지해 왔다. 필요에 따라 그 선을 넘나들긴 했지만, 이번처럼 아예 현실정치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무대를 내줄지도 모를 위기에 빠진 배우들은 침묵하고 있다. 입만 열면 집권 과반여당임을 강조하는 열린우리당이 노사모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입을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두식 정치부 차장대우 ds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