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굶주림, 질병…'과 '야생의 낙원, 축구, 마라톤…'.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이렇듯 극과 극이다. 신비롭고 새롭지만 다가서기엔 낯설고 불안하다. 결국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케냐, 탄자니아, 리비아, 알제리)이 끝난 지난 주말 주한 아프리카 대사들은 "이제는 우리를 다시 봐달라"고 호소했다. 국적도, 언어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아프리카인'으로서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편견일랑 버리고, 더욱 친해지자'는 것. 이야기를 들려준 대사들은 서부(코트디부아르), 남부(남아공), 북부(알제리), 중부(가봉) 등 출신도 골고루다. 동아프리카에는 주한 대사관이 개설된 나라가 아직 없다.
시드니 바파나 쿠베카 주한 남아공 대사(53·2001년 부임)는 "한국에서 접하는 아프리카 소식은 대부분 서구 시각으로 편향돼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력이 있는 서구 쪽 미디어의 위력이 결국 외교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아프리카 대사들의 한결같은 걱정이다. 쿠베카 대사는 "어느 대륙에서건 좋지 않은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라며 "솔직히 한국에 오기 전에 아시아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태풍 같은 자연 재해 소식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가난한 대륙'의 견고한 이미지에 묻혀버린다는 것도 이들이 느끼는 아쉬움이다. 오노라 아베니 코피 주한 코트디부아르 대사(56·2001년 부임)는 "우리나라 경제수도인 아비장에 처음 오는 한국 기업인들은 한눈에 들어오는 도로망과 마천루에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알제리(Algeria)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아, 나이지리아(Nigeria)요?'라고 되묻습디다." 취임 4개월째인 압델문암 아흐리즈 주한 알제리 대사(48)는 "사하라 사막 위에 있는 우리나라는 동물이라곤 낙타뿐인데 으레 사자와 하이에나들이 뛰노는 줄 안다"며 웃었다. 60개 가까운 나라들이 모여 있고, 백인부터 아시아인까지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사실을 좀 알아달라는 부탁이다.
한국 근무 최고참(4년3개월)인 엠마뉴엘 이쏘제곤데 주한 가봉 대사(44)는 "한국은 수교를 한 지 40년이 지난 돈독한 우방이지만, 한국인들은 '아프리카 나라 중 하나'로만 아는 것 같다"며 좀 섭섭해했다.
올해 한국 축구는 '유럽(독일)행 티켓'을 따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지만, 4년 뒤 이맘때쯤엔 행선지가 '아프리카(남아공)'로 바뀐다. 2010년 월드컵에 대한 쿠베카 남아공 대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3년 전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2010년 월드컵은 아프리카의 비극적 역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인 만큼 최대한 아프리카 스타일로 치러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