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겠다. 조국으로 돌아오라.”

1999년 4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강당.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는 MIT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미국과의 힘든 협상을 마치고 난 뒤였다.

이후 5년여가 지난 지금, 중국에서는 해외유학인력 유치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인 IT 단지 중관춘(中關村) 등에서 첨단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해귀파’(海歸派·해외유학 후 귀국한 고급인력)’를 대폭 확충, 경제발전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그동안 고급인력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78년 개혁·개방 이후 약 70만명이 해외 유학을 떠나 그중 17만2800여명이 귀국했다.

이런 가운데 도시와 농촌 간 인구유동(流動)을 통제하기 위해 50여년간 실시해왔던 ‘호구(戶口)제도’까지 손질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오는 7월까지 외지인 임시 거주증제를 폐지하고 영구거주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해귀파’와 석사 이상 고학력자, 전문기술 인력, 장기 투자자 등에게 영구거주증을 발급, 이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베이징에 호구가 없는 사람은 의료보험 혜택이 없음은 물론 자녀를 학교에 제대로 보낼 수도 없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베이징 중관춘에 해외 유학파가 대거 몰려들고 있다. 왼쪽은 중관춘 전경, 오른쪽은 중관춘에 입주한 회사 내부.

중국 정부는 해귀파 창업 기업에 대해 2년간 법인소득세를 면제하고 이후 3년간은 50%만 내도록 하는 ‘이면삼감(二免三減)정책’도 시행중이다. 해귀파가 하이테크 기업을 창업하면, 10만위안(약 1260만원)을 무상으로 주고, 월 800위안씩의 월세자금도 지원한다.

선전(深 ) 경제특구는 매년 3000만위안(약 38억원)을 유학생 창업자금으로 지원하며, 광저우(廣州)시는 해귀파 창업에 10만위안의 종자돈과 2년간 사무실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지원 결과 베이징 ‘중관춘’에는 창업 붐이 일었던 2003년 상반기 등록 창업기업수가 1만100개에 달했다. 25분마다 하나씩 벤처형 기업이 생겨난 것이다. 이 가운데 30%가 해귀파 출신이 창업한 것이었다. 중국 제2의 유선사업자인 중국망통(中國網通)의 CEO 톈쑤닝(田溯寧), 시티폰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UT스타컴의 총재 우잉(吳鷹),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신랑(新浪)’의 CEO 왕옌(汪延) 등이 모두 해귀파 출신 기업인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고급 인력 유치 전략은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지난 80~90년 동안 중국 수출 증가액의 61%는 섬유 등 경공업제품이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하이테크 제품 수출 증가율이 52%로, 전체 수출 증가율보다 17%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노트북·이동통신장비 등 첨단정보기술(IT)제품 수출 증가율은 70~90%에 달했다. 고급 기술인력의 대폭적인 증원을 통해 이런 산업구조 고도화 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조중식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