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가 하면 손(孫)이 하고, 손이 하면 이가 한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의 정책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방이 내놓은 상품이 좋다 싶으면 모방과 카피(복사)도 불사한다.
◆ 호남 충청을 잡아라!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전남도청에서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서울·전남 간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했다. 지역 축제 때 문화예술단을 교환해 공연하고, 체육 행사도 공동 주최키로 했다. 또, 서울시민이 전남산 농산물을 살 수 있도록 서울에 전남 농산물 직거래장터·직판장을 만들었다. 이 시장이 한나라당의 취약지인 호남 표를 의식해 ‘남진(南進) 전략’을 폈다는 평이 나온다.
손 지사는 27일 심대평 충남지사와 경기·충남의 지역상생협약식을 가졌다. 경기 남부와 충남 북부를 연결, 세계적 첨단산업 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을 비쳤다. 단순한 교류 차원에 그치지 않기 위해 매달 국장급 정례회의를 열고, 지역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등에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행정수도 문제 등으로 한나라당에 부정적인 충청을 껴안기 위해 손 지사가 만든 ‘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 서울에도, 경기에도 영어마을
손 지사는 2002년 6월 지방선거 때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영어를 배우고 영어권 문화를 익힐 수 있는 영어마을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당선되자 영어문화원을 만들어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을 원장으로 영입했다. 작년 8월에는 5만평 부지의 안산시 공무원연수원을 개조, 영어마을을 열었다. 파주와 양평에도 영어마을을 만든다고 한다.
이 시장도 지지 않고 2004년 1월 120여억원을 들여 서울 풍납동 구(舊)외환은행 직원합숙소 터에 영어체험 마을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 서울시 영어마을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영어마을 외에도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잉글리시 빌리지’도 구상하고 있다.
◆ 군심(軍心) 껴안기
이 시장은 작년 12월 11일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화천 중동부 전선의 최전방부대를 찾았다. 이 시장은 장병들과 함께 휴전선 철책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했고, 내무반에서 하룻밤을 잤다. 손 지사도 뒤질세라 작년 12월 24일 서부전선 한 부대를 방문, 장병들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렸다. 손 지사는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부대에 머물렀다.
◆ 외국 투자 유치
먼저 발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손 지사다. 그는 투자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2003년 10월 경기도에 아주(亞洲)유치팀, 구주(歐洲)유치팀을 만들었다. 2004년 1월에는 BT(생명공학), IT(정보공학) 태스크포스팀도 신설했다. 그는 이달 초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을 방문, 총 2억달러의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왔다.
이 시장도 가만 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9일 서울시 산업국에 투자유치담당관 자리를 만들었다. 투자진흥관도 모집하고 있다. 이 시장은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에 70억달러 이상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양측은 문화재단 구성, 체육시설 건립 등을 두고서도 아이디어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