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낚시중 빙어낚시터는 몇군데 되지 않는다. 대청호 상류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수북리낚시터'는 대전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톨게이트를 나와 정지용시인과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지난 금강변에 있다. 27일 방문한 수북리낚시터엔 평일이라 그런지 30명 정도가 모여 낚시를 즐겼다.

사람들은 얼음을 파내 조그만 구멍을 만들고 5000원주고 산 간이 낚시대를 드려 하염없이 고기가 물기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빙어는 잘 잡히지 않아 낚시보다 얼음위에서 노는 맛이 더 커보였다.

올해 이곳엔 낯선 장면이 하나 늘었다. 2인용 썰매가 등장한 것이다. 2시간에 5000원을 주고 빌려주는 썰매는 어렸을 적 기억을 되살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전에서 식구들과 함께 온 아주머니는 "빙어는 초장 찍어서 먹으면 버릴게 없어요. 내장까지 그대로 먹죠"라고 말했다. 6명이 함께 온 이들 일행은 그러나 2시간 가까이 됐는데 10㎝ 정도 되는 빙어가 처음으로 한마리 잡히자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고기를 가둬 둘 도시락(얼음을 도시락처럼 파내 물을 넣고 빙어를 가둬두는 것)을 만들던 한 중년의 남자는 "이렇게 가둬놓으면 피래미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지만 빙어는 느긋해서 오래 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빙어를 잡아먹는 재미보다 라면 끓여먹고 바람쐬는 재미라고 했다.

수능시험을 마친 아들을 데리고 나온 양현승씨는 "고기들이 입질을 안하니까 통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그만 낚시줄에 고기가 줄줄이 달려 나올 때의 희열을 기대하며 빙어낚시를 다닌다는 양씨는 그러나 "고기를 잡아도 먹지 않고 놔 준다"면서 "민물고기는 모두 놓아준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이곳에 썰매 30대를 갖다놓고 임대사업을 하는 박선규(49)씨는 "주말엔 500~600명씩 몰려 빙어낚시하면서 썰매도 빌려탄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등장한 썰매는 인기가 좋아 박씨는 곧 30대를 더 들여놓을 계획이다.

빙어낚시터의 역사는 8년전부터 포장마차를 하는 김재승씨가 줄줄이 꿴다. 요새 어떠냐는 질문에 "IMF이후 매상이 5분의 1로 줄었다"고 쏴부치듯 말했다. 평일 매상이 3만원도 안된단다. 김씨는 강 언덕배기에서 포장마차를 차려놓고 쓰레기도 치우고 컵라면도 판다. 그렇지만 아마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마이크시설 해놓고 낚시객들의 안전을 위해 주의사항을 방송하는 일인 것 같았다. 김씨가 가르키는 까마득히 먼 곳에 검은 점 두개가 보였다. "저곳은 위험한 곳이라 나오라고 아무리 방송해도 안 움직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얼음안에 있으면 얼음이 녹는게 안 보여요. 여기 높은 곳에서 자세히 보면 얼음전체가 조금씩 가라앉는 것이 보인다"고 놀라운 관찰력을 자랑했다. 빙어낚시 얼음구멍에서 갑자기 물이 역류(逆流)해서 올라오는 것도 위험신호이다.

김씨의 관찰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보다 대청호가 20일 정도 일찍 1월9일 얼었다. 수위가 3m정도 낮아진 데다, 강추위가 며칠 계속된 탓이다. 그래서 빙어낚시는 올해는 40일가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빙어는 잘 잡히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유난히 더워지면서 빙어 치어(稚魚)들이 더위를 먹어 많이 죽어서 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정말 이상해요. IMF이후론 여름에도 고기가 안 잡힌다"고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