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신임 총리에 지명된 율리아 티모셴코(44) 공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다음달 2~4일 티모셴코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실시한다. 그런데 러시아 검찰은 26일 그가 지명된 지 이틀 만에, 티모셴코의 과거 뇌물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어떻게든 티모셴코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러, “그녀가 러 관리에 뇌물줬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160㎝도 채 안 되는 체구의 티모셴코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 ‘최대 장애물’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레오니트 쿠치마 전(前) 정권과 유례없는 결속을 다졌지만, 티모셴코는 작년 대선 유세에서 서방의 지원을 받아 탈(脫)러시아를 외치며 강력한 서방 중심의 정책 대안을 쏟아냈다.

러시아가 재개한 티모셴코 뇌물 사건이란 그가 에너지 부문 수출입을 총괄하는 통합에너지시스템 사장 재직 시절(1995~1997)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러시아 국방부 관리들에게 800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티모셴코도 개인적으로 수백만달러를 챙겼다는 것.

러시아 검찰은 작년 9월 그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티모셴코측은 소환에 불응했다. 작년 12월에는 국제형사기구(인터폴)의 수배자 명단에도 올랐다. 이 탓에, 티모셴코는 러시아를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26일 러시아 법에 따라 가감없이 그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티모셴코가 러시아를 방문하면 체포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이라며 체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재수사 방침에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티모셴코가 러시아 사법권 관할 지역에 발을 디디지 않는 한, 러시아가 그를 체포할 방도나 총리직 인준을 현실적으로 막을 길은 없다. 결국 러시아로선, 뇌물 사건 재조사를 통해 티모셴코의 도덕성을 최대한 흠집내는 방안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친(親)러 인사들 줄줄이 옷 벗을 듯

티모셴코 총리는 새 헌법에 따라, 외교·국방 장관을 제외한 장관들과 주지사 임명권을 갖는다. 그는 총리 지명 직후 “총리로서 당연히 모스크바로 가서 러시아 정부와 악수를 나눌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작년 대선에서 친러 성향을 보인 하리코프 등 동부 지역 주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게 될 전망이다. 또 국제관계도 유럽연합(EU) 가입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러시아로서는 모두 치명적인 방향 선회다.

러시아는 티모셴코 재수사 외에도, 우크라이나 교역량의 60%를 차지하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를 공급하는 최대 국가라는 러시아의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계속 우크라이나 옥죄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