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부(部) 출범 10주년 행사를 앞두고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들에 최소 2억원 이상의 행사비 협찬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9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부 주관 행사에 민간기업에 민폐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지시한 ‘민폐(民弊) 금지령’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부 안에서조차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KT·SK텔레콤 등 4개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최근 정통부로부터 28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정통부 출범 10주년 기념식’ 행사비에 대해 협찬 요청을 받은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들 기업이 정통부로부터 할당받은 협찬비는 업체당 각각 5000만원이며, 이날 현재 4개사가 행사비 납부 의사를 모두 밝혀 업체들의 총 부담금은 적어도 2억원이 넘으리라는 추산이다. 이들 업체는 현금 외에 행사장 한 곳에 진열될 휴대전화기·반도체 등 각종 현물 협찬 요청도 함께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사(社) 관계자는 “정통부 실무자가 최근 전화를 걸어와 구두(口頭)로 협조를 요청해 왔다”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성의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협찬금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IT 경기 침체를 타파하기 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IT 기기 전시는 외국 대사 등에게 한국의 앞선 IT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당시 양정철(楊正哲)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노 대통령이 참석한 디지털방송 선포식 행사를 위해 삼성그룹에 상당액의 협찬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 참석 행사나 정부 주관 행사에서 민간기업에 대한 민폐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직접 지시한 바 있다.
정통부는 28일 전직 정통부 장관들과 외국 대사 등 500여명을 초청, 지난 10년을 회고하는 화보집을 발간하고 각계 인사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는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