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오한이 날 때는 파를 잘게 썰어서 탕으로 끓여 먹여라’ ‘부인의 젖이 잘 나오지 않으면 소코(牛鼻)로 국을 끓여 공복에 3~4번 복용하라’….

조선 왕조 어의(御醫)가 편찬한 국내 최초의 식이요법서 ‘식료찬요(食療簒要)’가 농촌진흥청 연구진에 의해 한글로 번역돼 25일 공개됐다.

식료찬요는 조선 세종·문종·세조 3대에 걸쳐 어의로 활동한 전순의(全循義)가 임금(세조)의 명을 받아 일반 백성을 위해 1460년에 편찬한 식이요법서다. 가난한 백성들로 하여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책은 중풍·감기·천식·종양·임신병독·소아병 등 45종의 병증을 수백 개의 증상으로 세분한 뒤, 175종의 식재료를 활용한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엔 현대인들도 활용 가능한 처방도 많다. 먼저 숙취 해소 비책. ‘술에 취해 깨어나지 않을 때 배추씨 2홉을 잘게 간 다음 정화수(이른 아침에 기른 우물물) 1잔에 타서 2번 나누어 먹는다.’ ‘주갈(酒渴·술을 마시고 난 뒤의 갈증)을 풀어주려면 배추 2근을 삶아 국을 만들어 마신다.’

소화 불량에 대한 처방도 있다. ‘음식을 먹었는데 소화가 되지 않으면 남은 음식을 불에 태운 후 약숟가락 정도의 남은 재를 술에 타 먹으면 숙식(宿食·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위장에 머물러 있는 병증)을 토하게 되어 차도가 있게 된다.’

‘위가 막혀 비만( 滿·명치 밑이 그득하고 답답한 증상)이 있으면 생강즙 반 홉에 꿀 1숟가락을 넣고 달여 끓인다. 따뜻하게 3번 복용하면 즉시 효과를 본다.’

병을 앓은 뒤 허약해진 몸을 추스르는 데 요긴한 처방도 있다. ‘병을 앓은 후에 허로(虛勞·몸의 정기와 기혈이 허손해진 증상)한 것을 치료하려면 5~7살 먹은 누런 소의 젖 1되와 물 4되를 넣고 끓여 1되가 되도록 한 다음 배고프면 조금씩 마시는데 10일이면 효험이 있다.’

피부미용을 좋게 하고, 남성의 정력을 보강하는 처방전도 있어 눈길을 끈다.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하려면 방금 채취한 굴을 불 위에 놓고 끓도록 구운 다음 껍데기를 제거하고 먹는다.’ ‘양기를 더욱 세게 하고 기력을 북돋아 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려면 참새고기를 임의대로 먹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고인(古人)이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 먼저 식품으로 치료하는 것을 우선하고 식품으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한다고 하였으며 식품에서 얻는 힘이 약에서 얻는 힘에 비하여 절반 이상이 된다고 하였다”며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순의는 판서(判書)급에까지 오른 어의로, 의방유치 편찬에도 참여했지만, 문종의 승하로 이어진 의료과오의 책임 때문에 중죄(重罪)를 추궁당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식료찬요의 한글번역본은 농진청 도서관 홈페이지(http://lib.rda.go.kr)를 통해 볼 수 있다. 홈페이지로 들어가 단행본 검색을 선택한 후 ‘식료찬요’를 입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