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호객’이 가능한 감독의 숫자는 많지 않다. 2년 전 빔 벤더스, 짐 자무시, 첸 카이거, 스파이크 리 등 세계적인 스타 감독들을 한 자리에 모았던 ‘텐 미니츠-트럼펫’에 이어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첼로’ 역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장 뤽 고다르, 마이크 피기스 등 그에 못지않은 지명도로 관객을 유혹한다.

각각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네 멋대로 해라',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세계 영화사에 자신을 새겨넣은 이름들이다.

같은 시기에 기획됐던 두 영화의 공통점은 하나다. 각 감독에게 주어진 러닝타임 10분 동안 자신의 영화세계를 담아내는 것. '트럼펫' 때는 모두 7명의 감독이 참여했고, 이번에 개봉하는 '첼로'는 모두 8명의 감독이 참여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라지겠지만, 베르톨루치의 '물의 이야기'와 이리 멘젤의 '단 한번의 순간'은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화면과 이야기로 이 옴니버스를 가장 따뜻하게 빛낸다.

클레르 드니의 '낭시를 향해서'의 한 장면.

'물의 이야기'는 30년의 세월을 10분에 담아낸 명편. 한 구도자와 터키계 청년을 내세워 생의 반복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처녀가 노파가 되고, 어린 소녀는 다시 처녀가 되듯 삶이 반복되지만, 그 모든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이다. '단 한번의 순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얼굴 전체가 주름으로 뒤덮인 노배우의 회상을 통해 한 인간의 평생을 10분에 담아낸다.

화면을 네 개로 분할한 형식 실험(마이크 피기스), 영화 속의 10분과 물리적인 시간 10분을 정확히 맞춘 살인사건(이스트만 자보), 대담의 형식으로 담아낸 철학자의 기차여행(클레르 드니), 신나치주의자와 평범한 가족의 캠핑을 통해 보는 시간(폴커 슐렌도르프), 우주 속의 10분과 지구의 80년을 동시에 살게 된 우주여행사(마이클 레드퍼드), 용기와 사유, 기억과 사랑의 마지막 순간(장 뤽 고다르) 등이 때로는 촌철살인의 경구로, 때로는 알 듯 모를 듯한 비유로 전달된다.

이 다양한 텍스트에서 얻는 깨달음 하나. 그것은 시간이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