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작년 말 피감(被監)기관인 금융감독원 노조로부터 200만~300만원씩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노조는 작년 9월 정부가 확정한 금융감독기관 개편안에 반대, 시민단체 등과 함께 금감원의 완전 민간기구화를 위한 입법 청원운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소관 국회 상임위의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는 게 적절한가 논란이 일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 노조는 이를 위해 1인당 10만원 이하를 정치후원금으로 내면 전액 연말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으로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노조는 작년 12월 10일을 전후, 정무위 소속 의원이나 의원실 관계자를 찾아 20~40여명의 조합원 명단과 함께, 이들이 1인당 5만~10만원씩 기부하는 것으로 해 총액 2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낼 수 있다고 제의했으며, 이에 최소 4명의 의원이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정무위 소속 의원 20명 중 후원금 제의를 받았다고 본지에 밝힌 의원은 9명으로, 이중 열린우리당 3명과 한나라당 1명 등 모두 4명은 받았다고 했고, 나머지 5명은 "피감기관에서 후원금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제의를 거절했거나 제의받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의원들을 감안하면 금감원 노조는 정무위 의원을 상대로 상당한 액수의 로비성 후원금 제공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금감원 박영규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도와줄 의원이 있으면 도와주자'고 취지를 설명한 뒤 동의한 조합원들과 함께 의원 몇 명을 후원했다"면서 "하지만 조직적인 차원에서 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전체 후원금 액수나 후원받은 의원이 몇 명인지 등은 모른다"고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돈을 받은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금감원 개편과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의원들의 양식이나 판단력에 대한 지나친 기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금감원은 정무위에 현안이 있는 곳인데 노조가 나서서 모아주는 후원금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해 거절했다"고 했으며, 경제정의실천연합 윤순철 정책실장은 "(노조기금으로 했든 각자 갹출했든) 누가 보더라도 의원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로비 차원"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직접 나서 조직적으로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몰아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최근 세력과 자금을 갖춘 상당수 노조들이 '권력화'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