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관료이던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이 최근 사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그는 퇴임 일성으로 "월드클래스의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관직에서 물러나 있던 2003년 하반기부터 이른바 '이헌재 펀드'로 알려진 사모(私募)펀드를 추진했던 것을 보면 사모펀드가 돈이 되긴 되는 모양이다.

사모펀드란 소수의 고액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수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주식이나 부동산은 물론, 부실채권·기업경영권 등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고팔면서 높은 투자수익을 노리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가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외환은행이나 하나로통신 등 우리 기간산업을 잇달아 손에 넣고부터다. 이 때문에 우리 안방을 외국에 내준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대항마(對抗馬)로 국내 사모펀드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능력과 경험을 구비한 관료들이 이처럼 뜻있고 유망한 사모펀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당연하고 환영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정부 관료 출신이 만든 사모펀드가 자칫 관제(官製) 펀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사모펀드를 원격조종해 사기업의 경영에 간여한다든지, 펀드 종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기금에 압력을 넣는다든지 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이헌재씨가 한때 사모펀드를 추진하자 금융가에서 큰 논란이 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변 국장은 "공직이나 정부에 로비하는 자리로는 옮기지 않겠다"고 말해왔고, 이번에 잠시 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하기로 하면서도 그 투자은행이 당분간 한국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할 만큼 남다른 윤리의식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순수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해외 펀드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를 기대하지만, 정부나 관료들은 우려의 목소리 역시 겸허히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