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대물림' 채용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노조측에 채용 할당을 주는 관례가 10년 이상 지속됐다는 점이다. 현재의 노조 집행부의 한 사람도 "과거부터 그래 왔기 때문에 이번에 걸려 억울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번 문제로 인해서 전국 노동조합 운동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채용 비리는 처음에는 노조측에 채용 추천권한을 주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공장장이었던 김모씨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직원 채용 때 노조가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했다"고 시인했다. 이후 노조의 힘이 세지면서 채용비리로 흘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사례비가 오갔다고 해도 금액은 50만원선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러다 현재 1인당 최고 3000만원이 거론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아가 노조가 할당량을 놓고 노·노(勞勞) 갈등까지 빚었다는 '증언'은 충격을 넘어 경악할 만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엔 추천 인원이 소수였다가 최근 생산인원 입사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불협화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조 내 계파간에 현장 조직별로 인원을 나눠 추천인원을 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몫이 적다'며 알력을 빚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는 이야기조차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직 직원 K씨는 "비정규직이라도 입사경쟁률이 보통 수십 대 일을 웃돌면서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추천권을 지닌 인사와 줄을 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러 다니는 모습이 최근 많아졌다"고 말했다.

입사 10년차인 한 노조원(39)은 인터뷰에서 "언제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내 추천인 제도는 현대가 인수하기 오래 전인 과거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있어 왔다고 했다. 사내 추천인 제도가 유지되면서 채용비리 의혹이 항상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이 제도는 사내·외 추천인을 적도록 한 것으로 특히 사내에 추천인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유리했다"고 털어놨다. 추천인제도가 연결고리가 되어, 노조와 간부진이 인사과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가 결국 취직장사의 빌미를 제공했고, 회사·노조 간 담합의혹을 유발한 셈이다.

(광주=호경업기자)

광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 노조간부가 돈을 받고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21일 외부인과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은 노조 사무실로 한 노조원이 들어가며 문을 닫는 모습.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