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은 12일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국들에 올해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합의했다.
파리클럽은 특정 국가의 채무 반환을 협의하는 선진 채권국들 간의 비공식 협의체. 1956년 파리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채권국 회의가 열린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회원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호주, 러시아 등 19개국이다. 1년에 10번 가량 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파리클럽의 결정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클럽은 400억달러의 이라크 부채 가운데 80%를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탕감해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해일 피해국들에 대해서는 빚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올해 빚 갚는 것을 일시 미뤄주는 선에 그쳤다. 피해국들이 올해 갚아야 할 부채 규모는 50억달러(약 5조원) 선이라고 영국의 BBC는 보도했다.
파리클럽의 채무 상환 유예 조치에 관심을 보인 나라는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세이셸 3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는 총 외채 규모가 132억달러로 세계 최대 채무국이면서 지진해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시큰둥하다. 빚을 탕감받는 것도 아니면서 부채 상환만 늦출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져 오히려 돈 빌릴 때 이자를 더 물어야 하고, 돈 빌리기가 힘들어지는 등 부담만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예정대로 부채를 계속 상환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 역시 국제적 원조보다는 자체적으로 피해를 복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