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베이징 기자회견을 저지한 사건이 한·중 외교문제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측의 ‘대사 호출’에 ‘사과·유감 표명 거부’로 맞선 것은 물론, 오히려 한국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왔다. 중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무례한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외신 등의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오만한 태도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선진 외교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13일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난 리빈 주한 중국대사는 “한나라당 의원 일행이 중국 국내 법을 존중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나라당측에 책임을 돌렸다. 리 대사는 진상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브리핑 내내 외신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 쿵 대변인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기자들을 몰아낸 사람들에 대해서도 “정부 보안요원이든 호텔 보안요원이든 간에 중국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중국측은 한국 의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어떻게 어겼느냐는 한국측 질문에는 아무런 공식 답변도 주지 않았다.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은 “리빈 대사가 개인적 견해라며 1990년 만들어진 외국 기자 및 상주외국언론기관 관리조례에 몇가지 사항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이번 사건이 외교적으로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내심 꺼리는 눈치다. 정부는 유감 표명과 진상 규명만 요구했을 뿐 중국 정부의 사과는 요구하지 않았다. 외교부 내에서는 한나라당에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으냐는 분위기도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 정부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며 기막혀 했다. 김문수 의원은 “우리 대사관에는 지난주부터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말이 없다가 회견 30분 전에야 부랴부랴 자제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귀국하면서 “이번 중국 방문에서 김동식 목사 피랍사건 직후 납치범이 붙잡혀 지린성 창춘(長春)에서 재판을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표는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경없는 기자회 “中 정부에 유감”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12일 중국 정부가 탈북자 관련 기자회견을 강제 저지한 사건과 관련,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은 기자회견을 용납할 수 없는 방식(unacceptible methods)을 써서 중단시켰다”며 “이는 중국 정부가 평양 체제와 명백히 결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