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미역 재배하는 부모 따라 섬에 와서 주일학교 다닌 아이들이 뭍에서도 교회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믿음의 씨앗을 뿌린 것 같아 뿌듯해요."
"아들 딸도 명절 때나 잠깐 얼굴 비치는 낙도의 할아버지, 할머니 교인들을 틈틈이 작은 선물 들고 찾아 뵈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일손이 모자란다고 해서 과일을 며칠 따주고 12만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마음으로는 오랜만에 아이들 용돈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눈치 때문에 차마 개인적으로 쓰지 못했어요."
대도시 대형 교회들은 호화 건축에 '당회장' 세습으로 문제를 빚기도 하지만, 농촌과 낙도, 산골의 작은 교회들은 마을의 크고 작은 어려움까지 다 해결하는 영육의 '해결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1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활빈교회에는 전국 곳곳의 작은 교회 목사 사모(부인) 220여명-이 눈물과 웃음을 나누며 지금 한국의 작은 교회 이야기를 털어놨다. 두레공동체(대표 김진홍 목사)가 주최한 '농어촌 목회자 사모 수련회' 자리다.
"도시 교회 사람들은 섬 교회 목사 부인이라면 제일 먼저 '교인이 몇명이나 돼요?'하고 물어요. 그 질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저희는 교인 1명을 도시의 100명, 1000명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보람으로 살아요."
"저희는 완도군의 흑일도라는 섬에서 19년째 목회활동을 하는데 교인이 6명 계세요. 인근의 동하도, 어룡도 등 4개 섬을 돌아다니며 예배를 드려요. 우리 교회는 날씨 좋은 날이 주일 예배날이고, 수요예배날이에요."(흑일도교회 최경숙씨)
이 자리에 모인 '사모'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교인 수가 2~3명에서 30~4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교인들의 헌금으로는 직장인으로 치면 봉급이라 할 '사례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부인들이다. 많게는 배와 자동차를 9번이나 갈아타고 이곳에 모인 이들은 3박4일간 이곳에서 성경공부, 미술치료, 특강, 예배와 즉석 연극발표회 등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동병상련을 확인하고 서로의 애환을 털어놓으며 울고 웃었다.
대부분 참가자들의 남편이 목회활동을 하는 곳은 휴대폰과 TV가 제대로 수신되지 않는 섬 혹은 산간 오지(奧地). 일부 대도시 대형교회들이 비리 때문에 사회적 지탄까지 받는 상황은 이들에게는 너무도 먼 세상의 일이다. 어려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규칙적인 도시 교회들의 지원에 의지해 생활하느라 대출 빚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이지만, 부업을 하고 싶어도, 귀고리 하고, 화장도 하고 싶지만 좁은 지역공동체에서 '목사 부인답지 않게…'라는 말이 나올까 눈치가 보인다. 그러면서도 TV, 수도, 전기 등 동네의 문제는 모두 해결해줘야 하는 '만능 전천후 우먼'이 돼야 한다.
숱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이들은 "우리처럼 교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교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레공동체가 '농어촌 목회자 사모수련회'를 연 것은 올해로 16번째. 수련회를 주도하는 김진홍 목사의 부인 강선우씨는 "목회자 부인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 때 이 작은 교회들은 더욱 빛을 발하고 사회도 평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