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정말 세게 두들겨 맞았지요. 하지만 올해는 스폰서도 생겼으니 꼭 명예 회복을 하겠습니다."
'스마일 퀸' 정일미(33·사진)가 모처럼 밝게 웃었다. 미LPGA투어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정일미는 최근 골프용품업체 기가골프(대표 정종길)와 1년간 1억5000만원의 현금과 용품을 지원받는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드라이버, 아이언 등 기가골프의 용품을 들고 대회에 나선다.
미국 LA인근 리버사이드에 머물며 동계 훈련 중인 정일미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정일미는 지난 1999년과 2000년 국내여자프로골프 상금왕을 차지했던 간판스타. 당초 미국에 골프 유학을 갈 생각이던 정일미는 후배들의 '미국행 봇물'에 마음이 흔들려 직접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데뷔 첫해인 2004년, 정일미는 23번 출전에 단 5번만 컷을 통과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상금랭킹 152위(1만4648달러). 투어 경비로 쓴 돈이 3억5000만원인데 2000만원도 채 못 벌었다.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죠. 내가 그래도 한국 상금왕 출신인데,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정일미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줍지 않은 내 자만심의 결과"였다고 인정했다. 정일미는 우선 미국의 잔디가 한국과 달라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지지 않으면 완전히 흐름이 달라진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초조한 마음에 자꾸 서둘렀고, 결국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문제였다는 것.
Q스쿨에서 12위를 차지하며 다시 풀시드를 따낸 정일미는 지난해 말 비자 갱신을 위해 한국에 일주일 다녀갔을 뿐 줄곧 미국에 머물렀다. "한국에 돌아오면 마음이 약해질까봐 그랬다"고 한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 "더 늦기 전에 시집가야 할 것 아니냐"고 했더니 "누가 날 납치해 가기 전엔 어려울 것 같다"고 받아쳤다.
"앞으로 5년은 더 뛰어야지요. 적어도 한국 상금왕의 자존심을 찾아서 돌아갈 겁니다."
정일미는 "내달 25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LPGA 투어 개막전 SBS오픈에 '정일미 응원단'이 온다"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