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서비스 산업을 고급화·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의료·레저 산업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학·골프·관광·의료 목적으로 해외에서 지출한 돈이 98억달러에 달한다. 2003년 같은 기간보다 15.3%나 늘었다. 반대로 국내에서의 민간소비는 1% 정도 줄었다.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의 2.7%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3.7%로 높아졌다.

경제를 살리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이 해외로 줄줄 새고, 그 결과 나라 경제의 성장잠재력 하락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소비성 해외지출 자금의 절반만 국내 소비로 돌려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국민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과 의료, 레저 등에서 해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서비스 품질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또 가족의 건강을 위해 돈이 들더라도 해외로 나가겠다는 사람들을 억지로 말릴 수는 없다. 시장을 개방해 외국의 우수한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소비자들도 편리할 것이고,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걸 뻔히 알면서도 실행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벌써 몇 년째 정부가 서비스 산업 개방과 육성을 추진해 왔지만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대와 정부 내 부처 간 이견(異見)에 막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의 고급화 자체를 '귀족학교' '귀족병원'을 만드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사회 일각의 인식도 장벽이다. 정부부터 이런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의 돌파구를 연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서비스 산업 육성방안은 말뿐인 계획으로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