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를 빠져 나와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을지로3가 지하도에서 혼자 한쪽 구석에 등지고 누워 있던 한 노숙자가 계속 떠올랐다. 다들 무리지어 잠을 청하든지 잡담을 하든지 술을 마시든지 하는데 왜 그는 혼자 거기서 기숙을 해야 했는지….
이렇게 추운 날 정말 그는 갈 곳이 없어 누더기를 덮고 누워 있는 걸까. 영상 1~2도의 싸늘한 날씨에도 몸을 움츠리는 세상 사람들인데, 한파를 그는 어떻게 버텨냈을까. 잠은 제대로 잤을까. 잠이 제대로 왔을까.
공연히 내 목에 걸쳐진 목도리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리고 괜히 미안했다. 어쩌면 내가 그였을 수도, 우리 모두가 그의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여럿이 낫다는 것이 세상살이인데, 어쩌다가 그는 혼자가 되어 외진 그곳에 그렇게 나뒹굴고 있었을까.
코트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1000원짜리 몇 장이 잡혔다. 사무실에 들어와 코트를 벗을 때까지 내내 만지작거렸다. 그에게 1000원짜리 몇 장이면 속을 데울 수 있는 컵라면 몇 개는 끓여 먹을 수 있겠지.
기초생활수급자가 12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놓고, 구두닦이 남편과 장애 아내가 3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한 장 두 장 폐지를 모아 100만원을 모은 천사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미담 기사를 보면서 메마른 대지에 그래도 습기는 남아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는다. 나도 오후에는 꼭 그를 찾아나서리라.
(전향규·자영업·서울 마포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