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 세 부녀가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1년간 선후배로 공부해 와 화제다.
강원도 정선지역 탄광에서 광부로 일했던 구세진(49·정선군 사북읍)씨와 두 딸 경아(24), 희정(22)씨가 주인공들. 이들은 삼척대학교 전자상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다.
구씨는 2003년 태백시 강원관광대학을 졸업한 뒤, 삼척대 전자상경제학과에 편입학했다. 재학 2년간 수백m 지하에 들어가 탄을 캐면서도 저녁 수업에 하루도 빠짐없이 개근, 학점이 4.5 만점에 4.33을 기록했을 정도다.
“공부는 할수록 더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오른다”고 구씨는 말했다.
구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16살 때부터 광부로 갱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학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10년 전 방송통신고에 입학했으며, 드디어 오는 2월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게 된다.
구씨는 현재 무직(無職). 작년 10월 30일 정들었던 직장이 폐쇄됐기 때문. 그러나 그는 또 다른 대학에 편입할 계획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 졸업 후 광부들의 복지 증진 일을 하기 위해서다.
강원랜드 식음부·영업부에서 일하는 큰딸 경아씨와 작은딸 희정씨도 직장 일에 쫓겨 학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학구열에 자극받아 지난해 같은 대학에 편입학했다.
세 부녀가 한 대학 한 학과에 다니게 된 건 2003년 삼척대가 ‘산업체 위탁교육’ 프로그램으로 강원랜드 내에 분교를 열면서 가능해졌다. 직장인을 위해 야간과정의 전자상경제학과만 개설해 출장 강의를 한 것이다. 구씨는 비(非)강원랜드 직원으로 이 학과에서 강의를 들은 유일한 학생이며 두 딸은 새 학기에 4학년에 진학한다.
구씨는 “넉넉한 가정에서 키우지 못했으나 늘 밝게 자라준 두 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면서, “특별히 줄 건 없고 지난 2년간 빼곡히 적어 놓았던 강의노트를 두 권으로 복사해 선물로 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