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을 때면 으레 정치권이나 청와대는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약속은 대개 지켜지지 않는다. 올해도 다짐은 말로만 그칠 것인가.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은 상당부분이 ‘경제 후순위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국민이 이념대립과 정쟁에 휩쓸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동안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 갈수록 자기 복원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각계 전문가 20여명에게 경제를 국정의 가장 앞 열로 복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들어봤다. 이들은 ‘꼭 해야 할 것’으로 ▲대통령과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 표명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 ▲경제정책의 혼선 제거 ▲과감한 개방 ▲기업인 기(氣) 살리기를 꼽았다.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정쟁에 경제 끌어들이기 ▲현실성 없는 로드맵(이행계획) 양산 ▲집단이기주의와 편가르기 등을 지적했다.

◆해야 할 것

"대통령이 앞장서 경제에 올인(all-in)하라." 을유년 새해 한국경제호는 대통령이 갈등통합의 리더십으로 끌고나가야 한다고 오피니언 리더들은 주문한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참여정부의 경제 올인 의지를 확신시키기 위해 경제외교와 자원외교의 최일선에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경제를 위해 외국의 정상, 비즈니스맨들과 만나고, 해외 로드쇼 성격의 경제외교도 더욱 과감히 펼치라는 요구다.

특히 대통령의 대내적인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고, 정부여당의 동참과 야당의 거국적인 협조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경제가 만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나라의 힘을 한데 모아야 하고, 야당도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을 불러서 경제 대토론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고, 불신과 불안,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국민들로는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얘기다. 구 교수는 "'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구시대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현재 우리국민에게 꼭 필요한 활력소"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일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랜드마크'(이정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구 의원은 "광화문 전광판 규제철폐와 외국인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온도계 같은 것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설치되어 있는 국가부채 전광판처럼 국민을 설득하고 동참시킬 수 있는 지표를 매일 보여주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세밑까지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던 당(?)·정(政)·청(靑) 간 경제정책 혼선을 올해는 꼭 없애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청와대와 경제부총리는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 서로 어긋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부총리가 힘이 빠져서 일을 할 수 없고, 정부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하고, 할말이 있으면 조용하게 내부적으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모든 주요 경제정책 발표창구를 경제부총리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흥식 금융연구원장은 "정권 내부에서 경제정책에 잡음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면 추진력이 크게 훼손된다"며 "당·정·청의 주요 경제정책의 발표 창구를 경제부총리로 단일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경제전사(戰士)인 기업가들의 사기문제도 지적됐다. 우선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얘기를 듣는 통로가 넓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예전에는 예를 들면 수출진흥확대회의 등 여러 경제관련 회의를 대통령이 주최했고, 실질적인 대화들이 오갔지만 지금은 일단 그런 기회가 굉장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정갑영 교수는 "(대통령이) 국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발언을 많이 하고, 산업현장을 자주 방문해 현장 기업인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방형 통상국가' 방향에 부합하는 과감한 개방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김진표 의원은 "최근 한류 열풍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비교우위가 있지만, 폐쇄적인 장벽에 막혀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의료·법률 등 서비스업의 과감한 개방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 말 것

정쟁(政爭)으로 '경제'를 희생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경제정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경제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여야를 떠나 최우선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또 성장 분배 논쟁이 종식되고 립서비스보다는 행동이 나와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의미없는 성장 분배 논쟁을 이제 중단하자"고 말했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말만 앞서는 정부는 신뢰받을 수 없다"며 "먼저 실천하고, 그 결과를 받고 평가받자"고 제시했다.

노동자·소비자 등 이익집단의 '소아적 이기주의'를 자제하고, 편가르기, 지나친 비관론도 금지사항으로 꼽혔다. 구학서 신세계 대표이사는 "과거와 미래, 지역, 보수와 진보, 세대 간 편가르기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형순 로커스 사장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여론이 확산돼서는 안된다"며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분 (가나다 순)

구정모 강원대 교수, 구학서 신세계 대표이사, 권영준 경희대 교수, 김남구 동원증권 사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 김형순 로커스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 남중수 KTF사장, 모종린 연세대 교수, 박문화 LG전자 사장, 송종 교보증권 사장, 신상훈 신한은쟁장,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교수,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최흥식 한국금융연구원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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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10대 아젠다] ② 노사관계 안정]

[▶ [한국경제 10대 아젠다] ③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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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10대 아젠다] ⑤경제주체의 불안심리 해소]

[▶ [한국경제 10대 아젠다] ⑥정책 일관성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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