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하면 다행이라고요? 천만에요. 우리는 우승이 목표예요."
스포츠와는 왠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서울대에도 전국 최고 수준의 구기종목 팀이 있다. 바로 미식축구팀인 '그린 테러스(Green Terrors)'. 교색(校色)이 녹색인 데다, 뭔가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그린 테러스는 작년 12월 초에 열린 전국대학선수권대회 8강전에선 동의대를 제치고 4강에 올라, 오는 8일 경성대와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전력은 점수가 말해준다. 그린 테러스는 서울 지역리그 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둔 뒤 결승에서 홍익대를 눌러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동의대 전까지 총 8경기에서 318득점으로 경기당 39.8점의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실점은 46점. 경기당 5.8점만 내줬을 정도의 짠물 수비력도 함께 갖추고 있다.
그린 테러스가 최강 전력을 자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1965년 서울대 농대에서 팀이 창단된 이후 11년 동안 서울시 춘·추계리그에서 우승 9차례, 준우승 4차례의 성적을 일궈냈다. 이후 하향세를 걷다가 팀을 관악캠퍼스로 옮긴 1990년부터 다시 3년에 2번 정도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엔 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학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린 테러스란 지금 이름은 1994년 한 교포학생에 의해 붙여졌다.
현재 멤버는 총 30명. 축구·야구부와는 달리 그린 테러스에 운동을 전공으로 하는 체육교육학과 학생은 러닝백을 맡고 있는 4학년 강보성군 한 명뿐이다. 그 역시 전공은 수영이다. 인문대, 경영대, 공대, 사회과학대 등 전공이 다양하다. 선수 자격엔 전공뿐 아니라 나이, 체격조건도 불문이다. 아무리 허약체질이라도 미식축구만 좋아하면 무조건 '오케이'다. 현재 선수 중엔 서울대에 아예 미식축구팀이 없는 줄 알고 '팀 창단'이란 사명감을 갖고 입학했던 학생도 있다. '용병'도 있다. 3학년인 지브릴 지환시는 수단 출신. 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7년 전 한국에 와 서울대에 입학했다. 1m89·109㎏의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지만 미식축구 경력은 올해로 3년째. 그린 테러스의 지도교수는 바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박사. 연구활동으로 바빠 시간을 잘 내지 못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발벗고 나서 도와주고 있다.
이들의 훈련은 주 3일, 하루 3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시즌이 시작해도 마찬가지.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습경기는 졸업생들이 만든 OB팀과 2~3주에 한 번씩 한다.
현재 부산에서 합숙하며 대학 준결승에 대비하고 있는 그린 테러스의 목표는 국내 미식축구 최고의 영예인 김치볼 우승. 91학번으로 대학원에서 스포츠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보현 감독은 "졸업반을 주축으로 역대 최강의 멤버여서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