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천재 집안’에서 여성 장관이 나왔다. 한 집안에서 ‘숙질’(叔姪·삼촌과 조카)이 장관이 되는 보기 드문 일도 생겼다. 장하진(張夏眞) 여성부장관 얘기다. 장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산자부장관을 했던 장재식(張在植) 전 민주당 의원의 조카이다.
장 장관의 집안은 독립운동가와 장관, 국회의원, 교수, 의사, 공기업 사장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을 상당수 배출한 지방 명문가다. 1세대는 독립운동가, 2세대는 정치인과 관료, 3세대는 학계에서 주로 이름을 알렸거나 날리고 있다. 전남지역의 이름난 부자여서 경제적으로는 상류층이지만 장 장관 형제·사촌들은 대부분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다. 서울대 출신이 2세대에 걸쳐 10명을 넘는 등 가족 대부분이 이른바 명문 대학을 나와 주변에선 ‘천재 집안’이라고 말한다.
장 장관의 할아버지인 장병상씨 형제는 유명한 독립운동가다. 장병상씨의 형인 장병준씨는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측근으로 상해임시정부에서 외무부장을 지냈다. 동생인 장홍렴씨는 동경 유학생 사건 때 프랑스로 망명한 뒤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나와 독립군으로 활약했다. 광복 후엔 반민특위 검사와 제헌 국회의원을 지냈다. 장병상씨도 일제 시절 공직생활을 하며 형·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다 투옥돼 광복 이후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왔다.
전남 신안의 대지주 가문이었지만 형제들의 독립군 활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광복 후엔 장홍렴 의원이 ‘토지개혁법’ 발의에 참여, 집안 땅을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장병상씨는 슬하에 4남2녀를 뒀다. 맏이인 정식(사망)씨는 전남대 의대 교수를 했고, 장 장관의 아버지인 충식씨는 한국은행을 다니다 도의원을 지냈다. 셋째인 영식(전 한국전력 사장·재미)씨는 장면(張勉) 정부 때 경제비서관을 하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때 두 번이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막내인 장재식 전 의원은 국세청 차장과 주택은행장을 지낸 3선 의원이다.
장 장관의 형제와 사촌들은 주로 학계에 포진해 있다. 특히 경제학계에서 진보 성향이 강하다. 장 장관의 큰아버지인 장정식씨의 아들 하종씨는 조선대 의대 교수를 지냈고, 그의 형제들도 대부분 의사다. 장 장관의 동생 중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소액주주운동과 재벌개혁운동에 앞장선 학자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유명하다. 장 장관의 여동생인 장하경 광주대 교수는 현재 정부 국가과학기술위원이다. 막내인 장하원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열린우리당 정책실장으로 여당의 정책 브레인이다.
장영식 전 한전 사장의 아들 하상씨는 미국 보잉사의 이사로, 딸 진애씨는 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장재식 전 장관의 아들 하준씨와 하석씨는 각각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