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반민족행위 규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16대 국회 때인 지난 3월 공포돼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은 “조사대상과 권한이 제한적”이라며 17대 국회들어 법 개정에 착수했다. 여당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법 이름에서 ‘친일’을 뺐다.

이 법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16대 국회 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에 의해서였다. 공청회를 거쳐 2003년 8월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특정 지위에 있던 사람을 모두 친일파로 몰아 인권침해와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사 대상 등을 제한했다. 시민단체들은 “누더기 법이 됐다”며 반발했다.

17대 국회 때 개정안이 다시 제출됐다. 입법과정에서 시민단체는 “친일파를 밝혀내 민족정기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론몰이식 친일 조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主流)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반민족행위 규명위가 위원회 구성을 마치는대로 즉시 조사에 들어가도록 했다. 대략 내년 상반기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은 1904년 러·일전쟁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다.

개정안은 진상규명위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렸다. 대통령과 국회가 4명씩, 사법부가 3명을 추천한다. 동행명령제를 도입해 조사권한을 강화했다. 친일행위 조사는 18개 항목에 걸쳐 이뤄진다. 여당은 당초 일제 때 군수나 일본군 소위(少尉) 이상 등을 지내면 조사없이 ‘친일파’로 규정하는 ‘지위당연범’ 규정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야당의 반대로 구체적인 조사를 거치도록 바뀌었다.

어찌됐든 이 법이 시행되면 조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기존 역사가나 국가기관이 판단했던 실체적 진실이 뒤바뀔 수도 있다. 가해자·피해자의 역전, 사건 관련자 후손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이 법을 주도했던 김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신기남·이미경 의원 부친의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졌다.

조사 대상이 광범위해 진상규명위의 임의로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그 결과가 어느 정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조사 여부를 두고 정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