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제 실력 이상의 점수가 나온듯 하네요.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ID:junwall1)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렵게 선택한 재수의 길인데 정말 많은 힘이 됐습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정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ID:jwmrpark)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사이트(www.ingang.go.kr) 자유 게시판에는 지난달 17일 수능시험이 끝나자 담담한 감사의 글들이 올라왔다. 인터넷을 통해 수능 강의를 들은 대입 수험생들은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대한 적이 없는 강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울 강남구청이 인터넷 수능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일, 방송 시작 6개월만에 회원 수는 8만3000여 명을 넘어섰다. 회비 5000원만 내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이름난 강사의 동영상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인터넷 강의가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외 자치단체들이 연달아 강남구청을 방문하고 있다.
28일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실무담당자인 이재붕(46) 인터넷방송팀장을 만나 인터넷 강의 정착과정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28일 현재 회원 수가 얼마나 되나요.
"8만 3825명입니다."
-국내외 곳곳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는데.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3분의 1 정도에서 찾아왔어요. 지난 8월에는 일본 사가시(市) 의회 관계자들도 왔구요."
- 어떻게 구 차원에서 인터넷 수능방송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나요.
"지난해 말 구청장(권문용)님이 수서동 지역을 방문하셨어요. 그쪽 지역이 서울에서 저소득층이 세번째로 많은 곳이라 그 곳 학생들의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연말과 올 초에 연이어 사교육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액과외를 받는 아파트촌 아이들과 학교 급식비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들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필요를 느꼈지요. 지난해 말에 예산을 짜서 의회의 승인을 받아 6월 1일 개국하게 됐습니다."
-회비가 5000원이라고 들었는데.
"연 회비가 1만원입니다. 올해는 6월부터 시작해 6개월간만 방송했기때문에 5000원을 받은 거고 내년부터는 1만원을 모두 받을 예정입니다."
-전국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거죠?
"네. 방송국 개국 준비를 하다 보니 인터넷의 특성을 살려 우리 구 아이들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회원들 중 강남구에 거주하는 회원은 7.6%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거주 회원은 27.2%, 서울 이외 지역 거주 회원이 65.2%입니다. 재외국민들로부터도 인기가 많아요. 인터넷의 힘이란 대단합니다."
-현재는 고3만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지요?
"내년부터는 고등학교 1·2학년을 위한 강의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열세 분의 선생님이 962강좌를 강의했는데 내년부터는 강사 수도 29명으로 늘리고 강의도 1953개로 늘릴 예정이에요. 금년에는 기출문제 중심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강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따라가지 못하겠다는 불만들이 있어서 내년부터는 기본개념 위주의 강좌도 할 예정입니다."
-강남 학원가의 스타강사들을 대거 초빙했는데 강사들은 어떻게 선발했나요?
"지난 2월 강남구내 7개 고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중 각 영역별 1위를 차지한 강사들을 초빙했습니다. EBS 강의와의 차별화를 위해 100% 학원강사를 초빙했어요. 저희의 목적이 사교육비 절감이기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을 모셔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남권, 그 중 대치동 학원가 강사 수를 80%로 한 것도 학원 수요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강사분들 섭외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다들 저희들의 취지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원하니까요."
-강사료는 얼마쯤 되나요?
“시간당 30만원입니다.”
-강의교재를 PDF 파일로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는데.
“EBS와 다른 점이 바로 그겁니다. 정말 사교육비를 절감하려고 하면 강의는 물론 교재까지 무료로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와 강사분들이 저희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인세를 포기해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저희들의 경우 교재 수익은 한 푼도 얻지 못했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만족합니다.”
-6개월간 예산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약 35억원 정도 들었습니다.”
-인터넷 수능방송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저희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이죠. 공부를 많이 해야만 했어요. 각 지방 교육청 중 인터넷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벤치마킹도 하고 강사분들을 비롯한 교육전문가들로부터 자문도 받았습니다.”
-처음 방송을 실시하겠다고 할 때 반응은 어땠나요?
“환영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구청에서 이런 것까지 해야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주민들 중에서도 왜 우리 예산으로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까지 혜택을 줘야하냐며 반발하는 분들도 계셨구요.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는데 의의를 뒀습니다.”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수한 강사진이 가장 큰 요인이겠죠. 좋은 쌀이 있어야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강의 교재를 무료로 제공한 점, EBS 동영상 강의에 비해 좋은 화질을 제공해던 점, 학생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해줄 수 있는 Q&A 게시판을 마련했던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청장님이 저희들에게 ‘공무원이 아니라 벤처 기업 종사자라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당부하셨어요. 공무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회원들의 평은 어떤가요.
“회원 중 지난 수능에서 원점수 만점을 받은 사람이 두 사람이 나왔어요. 그 중 한 명을 인터뷰했더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의 계획은?
“주변에서들 성공했다고 하니까 부담이 돼요. 더욱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지자체 234개 중 1개에 불과한 강남구가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많아요. 특히나 예산 부분이 그렇죠. 학생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