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세 살짜리 딸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이미 만원이어서 자리는 고사하고 제대로 의지할 곳조차 마땅치 않았다. 딸 아이가 비틀거리고 넘어지려고 해서 손을 꼭 잡고 운전석에 간신히 기대어 있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 당기며 앉으라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연로하신 할아버지께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나를 당신의 자리에 앉으라며 비켜 계셨다. 나는 당황스러워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할아버지는 "어린애 데리고 넘어지면 어쩌려고…" 하시며 오히려 그 자리를 떠나 저 뒤쪽으로 가셨다.

운전기사는 할아버지가 더 위험해 보인다며 만류했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의지를 굽히지 않으셨다. 나는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맙습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할아버지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았다. 왠지 미안함 마음에 계속 그 할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다행히 다른 젊은이가 자리를 양보해 자리에 앉으셨다.

나는 그동안 경로석에 앉아서도 어린아이를 안고 있다는 '떳떳함'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앉아서 갔었는데…, 그동안의 내 마음가짐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철없던 것인가.

그 할아버지의 친절은 나에게 고마움이라기보다 사랑으로 느껴졌다. 앞으로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앞의 노인들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양보해야겠다. 오늘처럼 추운날 그때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양정운·주부·충남 부여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