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였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카드로 계산을 하려는데 한도초과라고 했다. 나는 단말기 이상이려니 했다. 연휴 마지막날 사무실에 나와 카드 사용내역을 보았더니, 내가 소지하고 있는 LG카드와 삼성카드가 한도 끝까지 사용한 내역이 나왔다. 너무 황당해 지갑을 확인해 보니 카드는 그대로 있었다. 물론 카드를 남에게 빌려준 적도 없다.

사용내역은, 각각의 카드로 옥션에서 노트북을 한 대씩 구입하고 LG카드로 LG프리아이 카드라는 것을 발급받아 충전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합쳐 사용 금액이 자그마치 1000만원 정도 됐다.

LG카드와 삼성카드를 정지시키고 전후사정을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았다. 옥션에 신고했고 경찰서와 소비자보호원에도 신고했다. LG카드나 삼성카드는 본인 과실에 의한 비밀번호 유출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했다. 옥션은 카드사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소비자보호원은 해결이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경찰 역시 범인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사건이 금융감독원으로 이첩되자 카드사는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드디어 금융감독원에서 편지가 왔다. '개인 비밀번호 유출은 개인의 책임이며 카드는 타인이 도용했다는 물증이 없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카드 소지자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어떤 물증이 필요한 것인가? 분명 노트북 판매자는 구입자와 직접 만나서 물건을 전해줬고, 사건이 발생한 후 나와 대면하고 내가 그 구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최진용·자영업·경기 고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