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한때 ‘잊혀진 존재’쯤으로 치부되던 중진 의원들이 최근 여당의 중심 축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요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상임중앙위, 기획자문회의 연석회의 등 수시로 중진 의원들과 회의를 갖는다. 민병두 당 기획위원장은 “당의 주요한 결정은 대개 여기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임채정(林采正),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 4명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임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냈고, 1기 청와대에서 문 의원은 비서실장, 유 의원은 정무수석을 맡는 등 이들은 모두 여권의 실세들이다. 민병두 의원은 이들 4명을 "여당의 병풍 같은 존재들"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개 쟁점 법안을 올해 안에 털어버리고 내년에는 경제·민생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당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도 이들 4명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개혁 노선'만을 고집하는 초선들을 달래거나 때론 군기를 잡는 역할도 중진들의 몫이다.

21일 여야 지도부 4자회담 결과가 발표됐을 때 국회에서 농성 중인 초선 의원들이 반발하자 배기선 의원이 나서 "정치가 살아난 것"이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문희상·유인태 의원은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막후 조정 역할을 주로 하는 편인데, 이부영 의장이나 천정배 원내대표도 가장 자주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중진들이 중심 축으로 다시 등장한 데는 여권 전체가 난조에 빠지자 이 의장 등 지도부의 적극적인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