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밴드

새해는 ‘훌라훌라’라는 노래를 내세운 그룹 ‘상상밴드’가 가장 먼저 주목받을 것 같다. 쇼기(베이스) 무크(기타) 정상(드럼) 베니(보컬)로 구성된 이 밴드의 첫 음반 ‘첫번째 상상’이 1월 초에 나온다.

이들은 지금 인터넷으로 미리 음악을 공개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간질이고 있다. ‘루돌프 사슴코’를 개사한 ‘솔로 크리스마스’란 노래가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함께 인기를 누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깜짝 공연을 벌일 계획이다.

리더인 쇼기는 인디 록의 명반 ‘비정산조’의 밴드 ‘닥터코어 911’ 출신. 여자 보컬 베니는 중앙대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하고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해 왔다. 이 두 사람이 밴드의 음악 창작을 거의 도맡아한다. 무크는 그간 이정열 박완규 이상은 등의 무대에서 연주자로 활동해왔고, 정상은 미국 LA의 음악학교에서 드럼을 전공했다.

멤버들은 2년 전에 한데 모였다. 그러나 1년 전 ‘요셉 김’으로 알려져 있는 기타리스트 김준성이 사고로 숨지면서 무크가 합류했다.

닥터코어 출신의 쇼기가 이끈다고 이들의 음악을 하드코어로 상상하면 오산이다. 상상밴드의 음악은 대부분 ‘댄서블’하고 팝 향기가 강하다. 그것을 전향(轉向)이라 칭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병우도 한때 헤비메탈을 했으니까.

“멤버들 각자 내면에서 좋아하는 음악은 조금씩 달라요. 거기서 교집합이 생겨나고, 그게 음악적으로 표현된 게 상상밴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쇼기)

상상밴드의 연주는 이들의 경력만큼 농익었다. 복어회를 저며내는 칼의 대가는 연필도 잘 깎는 법이다. 현재 서태지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닥터코어의 전 멤버 ‘답십리안’도 이 음반에 참여했다.

베니의 보컬은 “이게 뭐야” 하고 깜짝 놀라 한발짝 물러설 만큼 즐거운 발견이다. “각각 다른 사람이 부른 것 같다”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한 곡에서도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며 부르는 것 같다. 초등학교 여자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부터 꽤 묵직한 로커의 음색까지 뿜어낸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도 그녀의 음악을 도울 것 같다. “대학에서 판소리를 배우면서 창법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판소리는 악보가 없어 명창을 따라하는 수밖에 없죠. 그러다가 모창법을 배웠어요.” 여러 사람이 부른 것 같았던 건 모창법 덕인 셈이다.

상상밴드는 “또 하나의 여자 보컬을 내세운 모던록 밴드”라는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맞는 말이고, 앞으로도 그런 밴드가 더 나올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기획해낸 밴드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평균 연령이 서른한 살이거든요. 아무도 우릴 가지고 기획을 하지는 않겠죠.”

타이틀곡 ‘훌라훌라’를 포함해, 닥터코어의 흔적이 뚜렷한 ‘버림’이나 ‘생큐’, 포크록에 가까운 ‘단비’가 우선 들어볼 노래들. “상상밴드는 신인이지만, 멤버들은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어요. 음악에 집중해서, 특히 무대에서 많이 기대해주세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