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귀국한 임홍재(任洪宰·사진) 전 주이라크 대사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는데, 이라크에 남아 있는 동료들은 어렵고 위험한 여건 속에서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주이라크대사관의 우리 외교관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기에 임 전 대사가 이런 말을 했을까.

임전 대사와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대사관 직원들과 경비를 맡고 있는 해병대원 20여명은 거의 매일 바그다드의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대지 200평, 건평 60여평의 대사관 구내에서 보내고 있다. 이라크에서 일하고 귀국한 박웅철 서기관에 따르면, "사무실이 침실이고, 침실이 사무실"이라고 했다. 저마다 3평 가량의 방에 책상과 침대를 나란히 놓고 생활하고 있다. 방이 부족해서 회의실을 칸막이로 나눠 침실 겸 사무실로 쓰는 이도 있다.

대사관 직원들은 3일마다 한 번꼴로 각자 담당하고 있는 교민들의 안전 상태를 점검한다. 또 정기적으로 바그다드 호텔을 돌면서 한국인 투숙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사관 밖으로 나갈 때 방탄복을 입고, 방탄차를 타는 것은 기본이다. 오후 5시 근무 시간이 끝나면 자유 시간이지만 수시로 회의가 열리고 안전문제 때문에 대사관 밖으로 나가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후 포화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생활은 수도원처럼 외부로부터 차단돼 있다. 작년 4월 이라크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약탈당한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내부.

대사관 직원들이 가장 곤란을 겪는 문제는 전기다. 손세주 전 주이라크대사관 공사는 "보통 전기가 2시간 들어오고, 4시간 나가는 식이어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다. 전기가 나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사관은 전력이 끊기면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대처해 왔으나, 간혹 발전기에 무리가 가 가동이 중단되면 천생 손전등을 이용해야 한다. 대사관은 지난 3·4일에도 전기 없이 지냈다고 한다.

11월 중순까지는 음식을 갖고서도 골치를 앓았다. 요리사가 이라크 현지인이어서 음식이 좀처럼 대사관 직원들 입맛에 맞지 않았다. 임 전 대사는 "변변한 반찬이 없어 매일 마늘·양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나중에는 속이 다 쓰렸다. 직원들이 소화제를 달고 살아 서울에서 오는 가장 큰 선물이 소화제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한국인 요리사가 대사관에 배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이라크에 부임한 장기호 대사는 부임 직전 "한국인 요리사가 배치된 게 대사관 근무의 사기를 올려줬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또 세면장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온수(溫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은 족구를 할 때다. 대부분 하루 종일 대사관 안에서 갇혀 지내다 보니 운동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구내 정원 한편에 족구장을 만들어 놓고 모든 직원이 거의 매일 족구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사관 직원들은 얼마 전까지 요통을 호소했다. 운동량이 적은 데다 침대의 질이 나빠 잠자리가 영 불편했다. 최근 외교부가 일괄적으로 300달러짜리 침대로 교체하고 나서야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대사관 직원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외로움'이다. 매일 같은 사람 얼굴을 24시간 봐야 하고, 가족과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임 전 대사는 "내 마음을 털어 놓고 얘기할 가족이 없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