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기겠습니꺼. 5대0으로 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일본도 3대0으로 졌다면서요."

19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가는 길, 택시 기사는 "한국 축구가 2002년 이후 너무 몰락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5000여 관중들도 한국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는 듯했다. 독일은 슈바인슈타이거·람·오보모옐라 등 20대 초반의 '젊은 피'가 새로 수혈됐지만 이미 조직력을 맞춰온 팀. 클린스만 감독 취임 이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4승1무를 기록 중이었다. 반면 한국은 차두리를 제외하면 단 한 명의 '해외파'도 합류하지 못하고 '젊은 피'로 급조한 팀. 김동현·박규선·남궁도·유경렬은 이날이 첫 A매치 출전이었다.

관중들은 한국이 독일에 맞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만 해도 만족해 했다. 전반 초반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기만 해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다.

하지만 이동국의 그림 같은 터닝슛으로 2―1로 앞서가자 관중들은 승리를 예감한 듯 선수들의 선전에 '젊은 그대'를 부르며 성원했다. 이운재가 발라크의 페널티킥을 막아내자, 경기장은 2002년 이곳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을 이뤘던 절정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한해 내내 국민에게 스트레스만 안겨 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한국축구가 모처럼 보낸 '연말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