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開城)공단 개발 논의가 시작된 지 4년 4개월여 만인 지난 15일 처음으로 시제품이 나왔다. 이 제품은 7시간 만에 서울에서 판매됐다. 이론적으로만 언급됐던 개성공단의 지리적 인접성, 남측의 자본·기술이 북측의 노동력과 결합된 경협(經協)모델을 눈으로 확인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경쟁력을 가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인건비는 월 57.5달러로 경쟁 대상인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리빙아트측은 북측 노동력의 생산성은 남한의 50%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다. 중국, 동남아 등과 같이 언어소통이 어려운 지역과는 달리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이 판매에 이르기까지 약 7시간 정도 소요됐다. 이는 생산과 판매가 실시간으로 이어짐으로써 창고비용 등 제반 물류 비용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단 분양비용도 평당 15만원 이하로 책정되어 인구 2000만명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생산거점으로서는 저렴하다. 이와 같이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할 경우,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경제적 측면이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국제시장에서 북한산 제품의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각종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품목은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한 중저가의 대규모 생산 제품으로서 미국이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미국 이외에 일본, EU 등 여타 시장이 있지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최근에 한국과 싱가포르 사이의 FTA 협상에서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산 제품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정부는 향후 다른 국가 및 지역들과의 FTA 협상에서도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협의 대상에 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제품이 싱가포르에 수출된 이후 제3국으로 갈 때는 북한산 제품의 대우를 받게 되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은 적성국에 대해 미 상무부의 수출규제령(EAR)을 가동 중이다. 북한만을 대상으로 규제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로서도 미국측에 개성지역만을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없다. 수백개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할 경우, 이를 판단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전력 및 통신 공급 문제도 1단계 100만평 규모로 확대될 경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북핵 문제의 진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으로 휴전선 통과문제가 불거져 나올 여지는 남아있다. 미국관리들이 "개성공단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부정적 발언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는 길밖에 없다.

정치·군사적 환경은 마치 공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평소에는 문제점을 인식하기 어렵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이제 개성공단은 시제품 생산과 시범공단의 개발이라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등과 같은 정치·군사적 문제의 해결이 향후 개성공단의 명운과 함께 할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