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보수파들도 시대흐름에 부응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내 분위기로 보면 조금씩 변하고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법명과 정부 참칭 조항을 개정하는 내용의 국보법 개정안에 대해 반발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 이들은 과거엔 국보법 사수를 주장했었다.
무엇보다 시대 변화의 수용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수파 모임인 자유포럼 간사인 이방호 의원은 최근 "보수의 본령은 계속 지켜나가겠지만 색깔논쟁을 계속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유주의 연대에 대해서도 "크게 보면 같은 보수의 범주 아니냐"면서 "우리들은 뒤에서 코치로, 주전선수는 30~40대들이 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북한노동당 가입 공방이 당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 직후다. '젊은 보수'로 알려진 김재원 의원은 마라톤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15일 아침 원조보수 김용갑(金容甲) 의원을 찾아갔다. 젊은 김 의원은 "상당수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주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세상이 다 바뀌었고 따라가지 않으면 우리만 낙오된다"고 설득했다.
또 그동안 국보법 개정을 논의한 태스크포스에 이방호 의원 같은 보수성향 의원부터, 폐지를 주장하는 고진화 의원까지 당내 모든 '이념 스펙트럼'이 참여해 7개 안을 가지고 논의한 끝에 최종안을 만들어 그만큼 갈등소지를 줄인 것도 보수파들의 반발이 크지 않은 이유다.
이들은 당의 국보법 개정 방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의총에서 약속한 대로 지도부의 결정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방호 의원은 "불고지죄를 삭제하고 찬양·고무 조항을 축소하는 것이 시대상황을 감안하는 것으로 보고, 자유포럼이 상당히 양보했다"며 "다만 참칭 문구를 바꾸거나 법안 이름을 동시에 개정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끝장토론' 도중 표결처리 방침에 반발해 퇴장한 김용갑 의원처럼 "국보법의 핵심인 정부참칭조항 등을 개정하면 국보법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