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시절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밤을 꼴딱 새워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연탄장처럼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빨간 코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올 산타 할아버지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죠.
날씨는 왜 이렇게 추웠는지요. '산타 할아버지가 칼바람에 꽁꽁 얼어붙으면 안되는데….' 동생과 괜한 걱정까지 했죠.
"어서 자야지. 산타 할아버지는 일찍일찍 안 자는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
잠자리를 재촉하는 부모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죠. "이번에는 꼭 산타 할아버지 얼굴 볼거야." 바득바득 고집을 부렸답니다. 아마 그날 속으로 생각하셨겠죠. '요 녀석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자는거야? 빨리 머리맡에 선물 놓아둬야 하는데."
크리스마스는 동심으로 빠져드는 블랙홀 같습니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 앞에 서면 어느새 세월과 장소를 훌쩍 뛰어넘어 아이가 돼버리니까요.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말라 비틀어진 비스킷처럼 무미건조한 우리네 삶, 정성 가득 담긴 선물 꾸러미를 나누며 기름칠해 보는 건 어떨까요.
(촬영협조=에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