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의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14일 밤 방영한 '〈권오석 다큐〉와 과거사 규명'편은 제목을 잘못 붙였다. 차라리 '국군의 양민 학살 만행과 과거사 규명'이라고 붙였어야 했을 것이다. 권오석씨는 대통령의 장인으로서 6·25 때 좌익활동을 하면서 양민 학살에 관여했다 해서 논란이 돼왔고,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등 4개 법안 반대 집회에서 당시 희생자 가족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다큐멘터리 필름이 방영돼 화제가 됐었다. PD수첩은 '6·25전쟁 전후 있었던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권오석 다큐사건의 현장과 시사점을 짚어본다'는 게 기획 취지였다. 그러나 대통령 장인 권오석씨의 6·25 당시 좌익활동과 양민 학살 관련 부분에 관한 내용은 50분짜리 프로그램 중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40분은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국군이 얼마나 잔혹하게 양민을 학살했는가를 전하면서, 바로 그 때문에 과거사 규명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방향으로 몰고간 것이다. 심지어 "6·25 때 좌우 대립으로 인해 학살된 민간인이 100만명인데 좌익에 의한 학살은 10만명, 국군에 의한 학살은 90만명"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MBC는 이날 프로에서 권오석씨 관련 사건의 전모가 어떻고, 그 희생자 가족들은 무슨 한(恨)을 지니고 살고 있으며, 그 희생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이에 대해 권씨측에서 어떻게 응대했는가 하는 사건의 본질은 스치듯이 지나가 버렸다. MBC는 오히려 국군에 의한 양민 학살에 초점을 두고 권씨의 학살 관여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 이 사건이 앞서 같은 마을에서 있었던 우익에 의한 양민 학살사건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식으로 두둔하듯이 몰고갔다. 결국 MBC의 이번 '〈권오석 다큐〉와 과거사 규명'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는 6·25전쟁 과정에서 빚어진 국군의 잘못을 부각함으로써 좌익에 의한 양민 학살에 변호인을 붙여주고, 국군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던 셈이다.
6·25전쟁 중 좌우익 갈등으로 인해 빚어진 민간인 희생은 치유될 수 없는 민족사의 아픈 상처다. 그러나 이 문제는 MBC 방식대로 국군을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좌익을 희생자로 부각시킨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당대(當代)의 권력의 힘으로 다그친 역사 바로세우기는 그 정권의 수명이 다함과 함께 다시 거꾸로 바로 세워지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