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에 대한 조선일보·한국갤럽의 13일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선 세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이 있다.
먼저,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를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50세 이상 연령층과 영남을 포함해 모든 연령·지역에서 ‘적절하지 못했다’(57.7%)고 평가했다. 또 이 의원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국민의 50.2%가 ‘당시 사건은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도 이 의원에게는 ‘공개적으로 사상 전향을 밝히라’(66.1%)고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도 반대하는(61.0%)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한 학자, 여론조사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
①모든 연령·지역이 야(野)에 부정적인 의미
이래영(李來榮·고려대 정경학부) 교수는 “국민이 한나라당이 제기한 이 의원 문제를 정쟁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무익(朴武益) 한국갤럽 소장은 “여야가 싸우는 것을 주로 다룬 방송 보도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강원택(康元澤·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이제 색깔론이 국민에게 어필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은 옛날에 벌어졌고 법원 판결까지 난 일을 한나라당이 새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여줬다”고 했다. 장훈(張勳·중앙대 정외과) 교수도 “많은 국민이 1980년대 운동권의 과거 잘못된 행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차원에서 제기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재열(李在烈·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올드 컨서버티브(구보수)’에 해당하는 30% 정도를 보고 문제를 제기한 듯하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은 한나라당의 이념 공세가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왜 다수가 고문조작을 믿을까
장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고문조작 사건이 종종 일어났고, 우리 사회에 그와 관련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있다. 일반인은 집단 경험이나 기억에 의해 사안을 보는 경우가 흔한데 이번 경우도 그런 차원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열 교수도 “우리 국민은 과거 공안담당자들이 이철우 의원 건과 같은 이슈를 다룰 때 정치화해서 엮어 넣은 일이 있고, 도를 넘어 인권을 침해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래영 교수는 20대(66.2%)와 30대(60.5%)에서 ‘고문조작’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점을 들어 “이들은 이 의원 사건을 진보적인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접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 때문에 사건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이 의원의 고백을 요구하는 이유는?
강 교수는 “간첩이나 노동당 입당 같은 것들이 옛날 일이라면 지금은 어떠냐는 것을 밝히라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이재열 교수도 “한때 사회주의를 하고 사회체제를 변혁하려 했다면 지금은 어떠냐고 묻는 것은 국민으로선 자연스러운 요구”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국보법 폐지 반대론이 높은 것은 법 폐지 이후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80년대 운동권 중 사회주의를 가졌던 일부가 우리 사회의 헌법질서 속에서 살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 잘못을 고백할 필요가 있다고 국민이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