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소박하게 화폭에 담아냈던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장녀 박인숙(60)씨는 미술 선생님이다. 현재 인천여중 교장인 박씨가 서울서 처음으로 서양화 개인전을 연다. 15~21일 서울 인사동 록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고향의 친구' '너와 나' 등 푸근한 작품이 나온다.

박수근 화백은 생전 한 번도 요란한 박수갈채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지만 사후 치솟기 시작한 그림값이 현재 대한민국 최고를 기록 중인 화가다. 박인숙씨는 그런 아버지가 집에서 묵묵히 그림 그리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딸을 박수근 화백은 조용히 격려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원래 말씀이 별로 없으셨어요. 그냥 '열심히 그려야 한다'고만 하셨어요."

박씨는 "아버지께 미술숙제 좀 도와달라고 하면 '스스로 해야 한다' '그림 그린 도화지가 쌓이는 만큼 실력도 따라 는다'며 붓질 한 번 해 주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고무줄놀이하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굉장히 칭찬해 주셨어요. 나중에도 '그림은 좋아서 그려야 한다. 꾸미려 하지 말고 그때처럼, 어린아이처럼 그려 봐라'고 하시더군요."

박인숙씨가 기억하는 박수근 화백은 다정다감한 아버지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기다리는 딸과 아들(박성남·호주 거주)을 위해 엿가락 하나, 고구마 한 개라도 꼭 챙겨오곤 했다. 딸은 그런 아버지가 매달렸던 주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이 업은 소녀·온순한 소·잎새 떨어진 나무·마을 풍경…. 화폭 위에 만들어낸 두꺼운 질감부터 외곽선이 단순한 형태, 전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국적인 주제까지 아버지 박수근의 그림과 너무나 닮아 있다. '아버지를 너무 따라간 것 아니냐'고 묻자 박씨는 "아버지 그림이 고향의 흙냄새처럼 정겹다면 내 그림은 좀더 동화적"이라며 "내가 보기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