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교수

금년도 북한의 곡물 생산량 통계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발표되었다. 올해는 지난해 생산량보다 3% 증가한 423.5만t을 생산하였다. 이는 1990년대 중후반의 생산량 300만~350만t에 비하면 사실상 대풍(大豊)으로 2001년 이래 회복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양호한 날씨, 낮은 병충해 발생,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기 비료지원, 석유수출기구(OPEC)가 자금을 지원한 개천~태성호 관개시설 공사의 완공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 소폭이나마 증산에 성공하였다.

생산 회복세를 보였지만 곡물 생산량은 여전히 식량의 최소 소요량을 충족시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식량 부족량은 9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부족량 중에서 북한이 경화(硬貨)를 사용하여 수입할 수 있는 양은 예년의 관행으로 볼 때 10만t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잔여 80만t이 외부에서 지원되지 않으면 전 주민이 3개월 동안은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다.

반면 국제사회의 지원은 과거와 같지 않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도 장기간의 지원에 따른 기부자의 피로(Donor's fatigue)로 인하여 감소하고 있다. 사정이 더 절박한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원 우선순위에 오르고 있다. 아무리 식량지원이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고 하지만 2002년 시작된 북핵 사태도 식량 지원이 급감하고 있는 원인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은 남한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대북식량 지원국이었으나 북핵 사태 이후 식량 지원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납치자 문제 해결조건으로 금년에 25만t의 식량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 지원량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매년 대략 15만t 정도의 곡물을 대북 영향력 행사의 조건으로 평양에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수십만t의 부족량을 보충할 국가는 한국이 될 것으로 FAO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식량차관 형식으로 제공된 대북 식량지원이 연례행사로서 관행화되고 있어 국제기구도 한국이 당연히 내년에도 대규모 식량지원을 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올해 한국은 국내산 쌀 재고량이 부족하여 동남아에서 쌀을 구매하여 북한에 지원하였다. 인도적 지원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군량미 전용에 따른 보혁(保革) 논쟁에도 불구하고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4차례 정도 식량지원이 이루어짐에 따라 지원방식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할 때가 되었다. 식량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현장도 공개하고 '대한민국'이라고 찍힌 쌀포대가 양정배급소에서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북한의 변화다.

이러한 외견상의 변화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지적이 중요하다. 과연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안남미를 구매해서까지 북한에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정부는 40만t의 안남미를 구매하는 데 1500억원을 들였다. 이 정도 예산이면 북한에 각 도별 라면공장과 남한의 농협과 계약재배할 수 있는 농장을 건립할 수 있다. 이 방식이 이른바 '물고기 잡는 방법'에 부합하는 형태일 것이다.

다음은 식량지원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 지난 7월부터 김일성 조문 파동과 민족공조 문제 등으로 당국 간 남북교류협력이 소강상태에 있지만, 다음해 3월이 되면 자동으로 북한은 장관급 회담에 나올 것이다. 북한은 정례적 식량 제공으로 인식하고 있어 사실상 식량지원이 대북 지렛대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이제 한국은 유일한 대북 지렛대인 식량지원에 대해 보다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