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정보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 걸까?"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에 날아드는 스팸 메시지나, 자동차보험 만기 때면 걸려오는 '보험사 교체' 권유 전화를 받게 되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갖게 된다. 어디서 새는지도 모르게 줄줄 새고 있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돼온 '개인정보보호 기본법'이 윤곽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행자부·정통부 등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법 시안(試案)을 마련, 올해 안에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하게 될 열린우리당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이 법안은 '내 정보에 대한 결정권은 내가 갖는다'는 대원칙을 천명한, 프라이버시 보호의 권리장전이 될 것"이라며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별 법안들이 다루지 못한 사각(死角)지대를 없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래카메라여 안녕

본지가 입수한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려면, 촬영 사실을 누구나 알게 해야 한다. CCTV의 관리책임자와 그 연락처 등도 표기된다. 촬영을 원치 않는 사람이 사후에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했다. 이 조항은 물품정보 인식기기인 RFID(전자태그) 등 자동화된 정보수집 장치를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생활 침해를 목적으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물론 검찰청 조사실에 설치된 CCTV 등 국가기관이 '특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안은 또 정부기관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구축 같은 대규모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거나, 특정업체가 개인정보 DB(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개인정보를 취급할 때는 사생활 침해 여부를 점검하는 '개인정보영향평가'를 미리 실시, 그 결과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이동통신·인터넷 서비스 업체 등의 경쟁적인 개인 정보 취득 및 활용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여당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내 정보는 내가 결정한다

법안은 또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를 빼곤 관공서나 기업 등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당사자가 볼 수 있게 하고, 틀린 정보라면 정정(訂正)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삭제 요구권까지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정보의 취급 목적을 달성한 경우엔 해당 정보를 삭제·파기하거나 접근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걸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거 국가기관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정보수집 행위나 그런 정보를 파일로 보관해온 행태 등에 대한 '대항권'과 처벌을 강화한 조항도 있다. 법안은 '누구든지 타인을 부당하게 차별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처리,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걸 어기면 최고 3년까지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여당 관계자는 "음습한 냄새가 풍기는 정보수집행위는 완전히 뿌리 뽑자는 것"이라고 했다.

손으로 쓴 장부도 관리강화

개인정보가 기록된 자료 중엔 전산화(電算化)되어 관리되는 것도 있지만, 손으로 쓰인 장부(帳簿)도 있다. 호적부도 전산화가 끝나지 않았고, 개인병원의 진료카드도 상당 부분 그렇다. 특히 동창회 명부, 판매·대리점의 고객명단 등 손으로 쓴(수기·手記) 자료는 규율할 법령 등이 없어 그간 개인정보보호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수기자료도 전산자료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법안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구제 업무를 국가인권위에 맡겼다. 인권위에 개인정보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위원회는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관공서나 기업, 개인 등의 업무 현장을 방문 조사할 수 있고, 신고받은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 법안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증명하는 책임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정보를 수집한 쪽에서 지게된다. 정보 수집자가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