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부평역 지하 1층에는 청소년 드롭인(Drop-in·잠시 머물렀다 감)센터라는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역사(驛舍) 한켠을 투명한 유리벽으로 막아 만든 17.5평 크기의 이곳에는 왼쪽에 최신 LCD 모니터를 갖춘 컴퓨터 5대, 오른쪽에 500여권의 만화책 서가(書架)가 있다. 가운데에는 5~6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뒤로 TV와 30여편에 달하는 영화 비디오·DVD가 갖춰져 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이곳을 관리하는 상담실장의 집무실과 1평 남짓한 청소년 상담실 겸 식당이 나온다.

이곳은 말 그대로 '청소년 사랑방'이다. 거리를 헤매는 '위기'의 청소년이나 보통 청소년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고 고민·진로상담을 해주기 위해 생겼다. 인천시가 인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위탁해 지난 9월21일 문을 열었으며 비슷한 시설이 서울과 대전에서도 하나씩 시범운영 중이다.

상근 직원은 이명복(여·52) 상담실장과 김추천(여·27) 지원팀장 등 2명. 이 실장은 협의회에서 예절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성폭력상담과 학생상담봉사를 했다고 한다.

드롭인 센터를 찾은 청소년들이 만화책을 보거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이용수기자

지난 9월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이런 곳이 있는지 아는 청소년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곧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10월 한달 센터를 찾은 청소년은 연인원 1700여명, 11월에는 1600여명이나 됐다. 대부분 남녀 중·고생들이다.

처음에는 일반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찾았지만 최근에는 가출청소년 등 복잡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이명복 실장은 "가출청소년의 경우 예외없이 결손가정 출신"이라며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빼고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협의회 강사 20명이 번갈아 나와 하루 4시간씩 청소년들의 상담을 돕는다. 전직 교사 또는 전업주부들인 이들은 협의회에서 예절교육·부모교육 등의 강사로 활약중인 40~50대 여성들이다. 목·금요일에는 청소년들의 심리검사를 맡아주는 심리치료학 박사과정 학생이, 토·일요일에는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이 자원봉사를 한다.

청소년들은 만다라(기하학적 무늬들로 이뤄진 그림)를 이용한 미술 심리치료를 비롯해 진로·적성·문장완성·인성·심리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실장은 "청소년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정서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며 "처음에 거칠고 어둡던 그림이 밝고 부드럽게 변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센터는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청소년들을 맞는다. 가출하고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뒤 갈 곳이 없어 8시간 내내 있다가 센터가 문을 닫으면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청소년도 있고, 하교 뒤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학생도 있다. 특히 저녁시간에는 30명 이상의 학생들로 붐빈다.

'할 일없이 방황하다가 센터 생기고 나서 취미활동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좋아요.'

'웃깁니다. 재밌습니다. 배부릅니다. 따뜻합니다. 편합니다.'

'상담을 통해 궁금증이 풀어지니 좋다.'

'컴퓨터 무료, 간식 무료라서 좋다. 여기에 오면 심심하지는 않다.'

청소년들이 익명으로 남긴 '센터이용 소감문'의 내용들이다. 10월부터 센터를 찾은 소정욱(17·제일고3)군은 "여기서는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사람이 없고 마음 편히 있다 갈 수 있어 좋다"며 "남들과 나누기 힘든 고민도 선생님한테는 털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진로나 고민 상담보다는 휴게실 역할에 그치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9~11월 3개월간 연인원 3538명의 이용자 중 상담은 51건에 불과한 반면, 간식이용은 3248건, 인터넷 등 시설이용은 3960건에 달한다. 지하이다 보니 공기가 좋지 않고 공간이 비좁으며 이용자 수에 비해 상근 직원이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실장은 "우리 주변에 청소년들이 돈 들이지 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새삼 알게 됐다"며 "쾌적한 환경을 갖춘 드롭인 센터가 곳곳에 마련돼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6-1318